[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제목의 네이버 웹툰이 있다. 처음 그 제목을 접하고, 씁쓸한 표현이긴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참으로 인상적인 제목이라 생각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타인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서로에게 상처와 괴로움을 주는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벗어나 살고 싶지만, 그렇다고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갈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간관계로부터 발생되는 고통의 무게는 지옥이 있다면 이와 같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타인과 나와 맺는 관계를 통해 우리는 지옥을 경험하기도, 천국을 맛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볼 때 천사와 같이 아주 선하고 좋은 사람인 것 같은 사람도, 어느 한순간에 악마와 같은 인간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범법자와 사이코 패스를 제외하더라도, 우리가 일상 중에 경험하는 인간 군상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천사 같은 사람과 가장 악마 같은 사람은 겨우 한 끗 차이다. 그 한 끗의 차이가 때로는 태평양처럼 넓을 수도 종잇장 같이 얇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는 우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긍정적인 기대치가 큰 사람에게 우리는 더욱 많은 감정의 선물을 그들에게 담는다. 부정적 기대치가 큰 사람에게는 한없는 악마의 소리를 보낸다.
인간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실망할 확률도 낮다는 인식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는 좋을 수 있지만, 한 편으론 서글프고 씁쓸한 이야기이다. 사랑이란 단어가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을 통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기보단, 회색지대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과 중간 지대를 택하고 냉소적인 삶을 사는 것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까. 천국만을 경험하며 살기를 희망하기엔 이 세상은 너무 지옥과 같을 때가 많다. 내가 그 지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누군가에겐 내가 지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