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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잇독 Dec 13. 2018

한글 책이 읽고 싶었다

한글을 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핸드폰,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수많은 글을 보았다. 한국 티비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말과 글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외국 생활의 안식처였다. 30년을 한국어로만 살아온 내게 모든 일을 영어로 처리해야 하는 것은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다. 조금이나마 뒤따라가려면 한글로 된 책을 볼 여유가 없었다. 영어로 된 글을 조금이라도 더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득 돌아보니, 그렇다고 영어 글을 많이 본 것도 아니었다.


어느덧 한글이 그리워졌다. 인터넷에서 구어체로 써 갈겨놓은 글이 아닌, 전문가인 작가들이 제대로 써놓은 글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 책을 집어 들었다. 5-600페이지의 책이 뚝딱 읽히는 걸 보니 모국어의 위엄을 새삼 느낀다. 그 후 브런치를 접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은 외국어든 한국어든 어렵다. 영어로 글을 쓸 때 어려운 점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생각 그 자체 때문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인들은 공부와 연구를 하며 푸념한다. "내가 미국인이었으면 훨씬 더 잘 썼을 텐데. 언어가 문제가 안 될 텐데. 미국인들 별것도 없으면서 영어 하나 잘한다고 유세다"하면 영어 탓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모국어를 영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언어 활용의 폭이 더 넓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인 모두가 말을 잘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렇듯 모든 한국인이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선 국어도 잘해야 함을 느낀다. 한글과 한국어라는 언어와 글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브런치로 이끌었다. 글쓰기 전문가로서는 아직 부족하겠지만 연습과 훈련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보기만 하는 것과 써보는 것에 차이가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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