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기 전 시절.
친구 사이라는 부담 없는 딱지가 붙어있지만,
그 딱지를 떼고 싶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만나면 항상 무언가 얘기하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말없이 밥만 먹는 모습을 발견했다.
거리를 걸을 때, 커피숍에 앉아 있을 때, 밥을 먹을 때 등 언제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대화를 끊지 않고 이어가던 그녀가 어느 순간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밥만 먹는다.
그것을 보고 나는 '아 그녀가 나를 좀 더 편한 사이로 생각하는구나'라고 해석했다.
지금 아내가 된 그녀에게 이 얘기를 하면,
"그냥 너무 배가 고파서 밥을 먹었을 뿐이야"라고 얘기하지만,
설령 나만의 착각이었다 할지라도 괜찮다.
얼마 가지 않아 친구 사이를 넘어섰으니깐.
진정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이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보통의 존재 (이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