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이 많이 덕에 항상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놓는다.
첫 번째 알람에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국은 맨 마지막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겨우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알람은 내가 직접 핸드폰에게 명령해 놓은 것이다.
핸드폰에게 부탁을 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강제시켜 놓는 것이다.
알람은 그저 입력된대로, 시킨 대로 할 뿐이다.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본인이 판단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알람이 울리면 나는 왜 화가 나는가. 단잠에 빠져 있는 행복을 깨우는 시끄럽고 요란한 소리와 진동.
이미 잠이 깨어 일어나 있는데도 다른 알람을 꺼놓는걸 깜빡하면 갑작스레 울리는 알람 소리에 화가 난다.
인간이란 참 지독한 존재다.
아니 나만 그런가.
설정해 놓은 알람이 제대로 울리지 않으면 분명 핸드폰에게 화를 낼 거면서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내는 핸드폰에게 애꿎은 화를 낸다.
이런 모습은 이성적인, 논리적인 반응이 결코 아니다. 철저히 나의 기분에 잣대를 둔 행위이다.
로직에 의해 철저히 움직이는 기계는 자비와 관용, 감성 따위가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런 대상을 향해 화풀이를 한다. 왜 나를 괴롭게 하느냐고.
다행인 것은 기계가 감성적 존재가 아닌 탓에 그에 맞서 감정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알람 울리는 로봇이 인간처럼 대응하면 어떻게 될까.
왜 이렇게 알람 소리가 크냐고 사람이 버럭 하면 삐쳐서 그다음엔 알람을 울리는 걸 거부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핸드폰에 중독되는 이유가 아닐까.
우리에게 부정적인 감정적 대응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끊임없이 인내하고 참아내면서도,
불평불만 잔소리 하나 없는 핸드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