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opy is everything for him.
우리 앞집엔 스누피가 산다. 당연히 만화 *<피너츠>에 나오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스누피는 아니겠지. 스누피의 모델인 비글견은 아니지만, 외모는 비교적 진짜 스누피랑 비슷하다.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테리어 계열의 소형견이다.
앞집 스누피는 연세가 지긋한 에드 (에드워드의 줄임말)라는 이름의 할아버지 한 분과 산다. 스누피가 주로 하는 일은 문 밖에서 볼 일 보기, 할아버지를 따라 우체통에 가기, 가끔 할아버지를 따라 산책을 하기도 하지만 집으로부터 반경 몇 미터를 넘어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는 시력이 매우 좋지 않아 멀리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누피는 훈련을 받은 맹인 안내견 (service dog)도 아니다.
미국은 차를 운전하지 않고는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드 할아버지는 스스로 "legally blind"라고 말씀하시기에 운전을 하실 수도 없다. 대신 정기적으로 사회복지사 (social worker)들이 방문해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도와주고 간다.
사람들이 방문하는 일이 거의 없고 외출도 안 하시기 때문에 외로우실 법도 한데 딱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스누피가 있기 때문이다. 이웃들은 말한다.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고 혼자 있길 좋아하는 할아버지라고.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인다.
스누피는 할아버지의 모든 것이라고.
Snoopy is everything for him.
스누피의 나이는 >7살이다. 할아버지가 7년 넘게 키우고 있지만 데리고 올 때 몇 살이었는지는 모른다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사람들과 교류가 거의 없지만, 스누피는 사람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집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항상 내 다리 위로 달려들거나 드러누워 배를 보인다. 가끔 할아버지 댁에 방문했다가 돌아갈 때는 가지 말라며 집 문 앞에서 한참을 짖어댄다.
이렇듯 스누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경계심을 가지고 짖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를 생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다. 그런데 할아버지랑만 혼자 있으려니 심심할 법도 하다. 할아버지의 건강 때문에 산책도 많이 못 가고 말이다. 그래도 스누피는 불평불만이 없다.
스누피야, 네가 있어서 할아버지는 행복하실 거야.
네가 산책을 충분히 못해서 그런지 살이 좀 찐 게 약간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야.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돼.
네가 아프면 할아버지가 널 치료해 줄 돈이 있을지 모르겠어. 며칠 전에 나한테 인터넷 회사 놈들 돈만 비싸게 받아먹는다고 한 시간 넘게 뭐라고 하신 거 너도 앉아서 들었잖아. 그러니 네가 집안에서라도 운동 좀 하고 음식도 좀 조절하면서 먹어. 요즘 다이어트가 유행이니깐. 만화에서 보니 스누피는 말도 하고 하늘도 날고 하던데 그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잘 알아들었을 테니 할아버지 곁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렴. 혹시 네가 먼저 가면 모든 것을 잃은 할아버지가 얼마나 슬프시겠니.
그런데 반대로 혹시나 할아버지가 먼저 떠나시면 어쩌지.
너한테도 할아버지는 모든 것인데.
*<피너츠>는 미국에서 50년을 넘게 연재한 인기 만화이다. 주인공 찰리 브라운과 함께 우리가 잘 아는 스누피가 나오는 바로 그 만화이다.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은 미네소타에서 더욱 특별한 존재이다. 작가 찰스 슐츠가 바로 이곳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대학을 포함해 미네소타 곳곳에 피너츠에 등장하는 캐릭터 동상들이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