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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필 Sep 20. 2024

사랑에 대해서

이제는 이 단어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이라고 답하곤 한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릴 때부터 늘 의구심을 품어 왔었다. 인생에 있어 '행복'은 지속성이 너무 낮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늘 행복한 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리고, 고단하고 지루하면서 때로는 고통스러운 인내의 순간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순간일 수밖에 없는 '행복'이 지속되는 것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행복한 순간에서조차도 그 행복이 깨지지는 않을까 불안함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이다. 늘 생존의 위협에 맞서 싸우던 우리 조상들의 유전자는 우리를 영원한 행복으로부터 영원히 떨어뜨려 놓았다. 


'행복'은 어디까지나 그러한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수 자이언티가 말하는 '행복하자'는 불가능하다(문법적으로도 틀린 표현이다). 그저 행복한 상태에 순간적으로 놓일 때의 '행복해'는 가능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행복'이라는 건 무언가 다른 행위를 통해서 얻어내는 주관적인 상태에 불과한 것이다. 행복하고 싶다고? 그럼 지금 당장, 이 순간 모든 것들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면 행복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해내지 못해서 무소유니, 소확행이니 하며 다양한 방식들로 타파해나가려 하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일찍이 그런 것들로부터 해탈했기 때문에 3대 성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나에게 행복을 추구한다는 행위 자체는 다른 선택지들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하지만, 추구해야 할 만큼의 목적이 되지는 못했다. 게다가 사실 나는 매 순간 아주 조금씩이라도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약간의 행복을 조금씩 주워 담으면서 말이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맥주 한 캔, 머리가 지끈거릴 때에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한 편, 이따금 방문하는 단골 치킨집에서 먹는 닭다리 한 조각. 살아있는 매 순간이 사실 행복하다. 나는 이 이상의 행복은 사치라 여기고 추구하지 않는 편이다. 이만하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누군가의 말처럼 행복은 멀리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난 무얼 추구하느냐. 


내가 추구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행복'과는 다르게 동사적인 의미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면서, 그렇기 때문에 성취해 냈을 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요즘 들어,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사랑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해 생각할 때 여러 다른 요소들을 떠올리곤 하지만, '사랑' 만큼 삶을 적극적이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이든,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해서 한없이 크고 열렬한 감정에 휩싸일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삶의 의지를 뜨겁게 피어오르게 하는 하나의 불꽃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그러니, 사랑을 추구한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많은 것들에 대한 열정을 쏟아낼 수 있다. 사랑을 하기 위해 내 삶을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게 하고, 감정을 더 풍부하게 넓혀갈 수 있고, 더 많은 관계들에 열정적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그런 삶을 살아간다. 아무도 우리에게서 그 크고 강렬한 느낌을 앗아갈 수는 없다.


단순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인류에게 이렇게까지 복잡한 사고력과 감정선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열정들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함께 성장해 오는 세월을 보내온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고,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사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한 채 나아간다면 속이 텅 빈 깡통로봇으로서 살아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글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감상, 그리고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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