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서 시작된 사랑 - 구의 증명

사랑이 전부였을 때, 우리는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을까

by 유진


출처 : 구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충격 그 자체였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이 책이 떠올라 일상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사랑이 과연 뭐길래.”

이 질문 하나만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았다.


담이와 구의 관계는

과연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서로에게서만 숨 쉴 수 있었던

맹목적인 집착의 산물은 아니었을까.


“너는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

내가 본 마지막 세상은 너여야 했다.”


구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담이를 떠올리며

그 말을 머릿속으로 곱씹는다.


그리고 담이는

그의 말에 응답하듯,

그가 죽은 뒤

그의 시체를 뜯어먹는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이 장면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혹은 이것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도착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끝일까.



그를 아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자신 뿐이기에

그를 평생 기억하고 싶었던 담이의 사랑.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그의 몸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 안으로 밀어 넣었던 담이의 사랑.


그 사랑은

내가 지금껏 생각해 왔던

어떤 사랑의 형태와도 닮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해서 질문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담이와 구가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둘은 조금은 덜 위험한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은

애착 결핍에서 비롯된 사랑이

어디까지 사람을 데려갈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이 사랑을

그로테스크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집착적이며

한심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랑이,

희생에서 비롯된 부모의 사랑을

한 번도 충분히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서로에게

그 모든 사랑을

단 한 사람에게만

온전히 퍼붓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상에는

사랑을 나누는 법을

배워본 적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담이와 구는

그저 서툴렀고,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할 줄 몰랐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사랑은

아름답지 않지만,

슬프도록 진실하게 느껴졌다.



“기억이 나의 미래.

기억은 너.

너는 나의 미래.”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소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랑의 정당성이 아니라,

사랑이 전부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위태로운 초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이와 아주 멀지 않은 결핍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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