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꾸준히 그것도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이 참말로 대단히 어렵다. 어제도 포기할 뻔했지만 했고 오늘도 포기할 뻔했지만 한다. 그냥 일기는 막 써도 되지만 이건 그냥 일기가 아니기에 막 쓸 순 없다. 그 부담감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나 스스로 약속한 일이기에 오늘도 이어 나가보려 한다. 창밖엔 비가 내린다. 비가 오니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어주어야겠다. 머리가 아프다. 목, 어깨가 아픈 게 아무래도 신경을 타고 위까지 올라가는 거지 싶다. 자가치료를 하려고 예~전에 [근육재훈련요법]이라는 책을 샀었는데 제대로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일부턴 이 책을 읽고 자가치료에 들어가 봐야겠다.
이번주 금요일은 휴무여서 보조출연을 하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촬영이 없나 보다. 대신 19일, 20일 촬영이 있다고 문자가 왔는데 갈 수 없다. 하필이면 그 두날 다 약속이 있다. 다른 날에 촬영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보조출연. 처음 보조출연을 하게 된 건 약 10년 전쯤이다. 방송국 PD가 꿈이어서 방송스텝을 지원하려고 했는데 여자는 안된다고 해서 보조출연을 하게 됐었다. 가장 기억나는 드라마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그때 어느 대학교에서 촬영하는 씬이었고, 나는 자전거를 타는 대학생 역할이었는데 실수로 이승기 씨 코앞까지 갔다. 이승기 씨가 젠틀하게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말해줬던 게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하늘이 참 예뻤다
며칠 전에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갔었다. 그날 신사역에서 모여서 반장님의 차를 타고 남양주의 한 세트장으로 가는 그 길. 차 안에서 '여기서 갑자기 차문을 열고 뛰쳐나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촬영장에 도착했는데 아침을 먹으라고 했다. 보조출연을 하면서 아침을 챙겨준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보조출연자는 반장님까지 총 5명. 같이 아침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분위기가 유쾌하고 좋았다.
그날 내가 썼던 글
오늘은 23년 8월의 마지막 날이다. 현재 남양주의 한 세트장에 있다. 계속된 퇴사로 인해 생활고가 찾아왔다. 계속 퇴사해서 제대로 된 한 달 월급도 못 받는데 꼭 회사를 다녀야겠다는 고집은 그만 부리자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내일인 9월 1일부터가 정식 출근이라 9월에 일한 월급이 10월에 들어오기에 당장 먹고살아야 해서 보조출연을 하러 온 것이다. 보조출연 역사상 아침에 밥을 주는 촬영장은 처음이다. 지금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밥을 안 주는 줄 알았으면 아침을 좀 많이 먹을 걸 그랬다.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신사역으로 7시까지 갔고, 남양주 세트장에 도착해 아침을 먹고 9시부터 촬영을 하다 지금은 대기만 몇 시간째 하고 있다. 철학책을 읽다가 그것도 지겨워서 스레드를 켰다. 배는 시시때때로 꼬륵 꼬륵 거린다. 아까 어떤 출연자 분께서 오늘 자기 전에 꼭 에세이를 쓰라고, 에세이 제목은 뮤비 가사 속 어느 구절이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Peace.
그날 함께 촬영했던 보조출연자 분께서 내 글을 보시고 답장 주신 글
ㅎㅎㅎㅎ이렇게 작가님의 생각을 저에게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현재 힘든 시간들도 10월이 되면 다 지나가 있을 거지만.. 당장에 힘든 시간들 속에서 오늘 참 모두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되어서 영광이고 즐거웠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오늘같이 현재의 문제들을 생각하며 우울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즐겁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 시기를 잘 보낸 후에 깨달은 것들 성장한 내용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일 첫 출근도 잘하고 오실 것 같아요 ☺️
오늘 노래의 가사로 에세이를 쓰시게 된다면 책 속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Peace.
왜 유독 그날이 그렇게 재밌었을까? 일단, 인원. 인원이 5명으로 소소했다. 대기시간에 대기실에서 하는 얘기들이 재밌었다. 이를테면 그 배우가 그렇게 연기를 잘하더라. 그 배우는 배우병이 걸린것 같더라. 이게 카더라가 아니라 직접 그들이 경험한 걸 들으니까 신기하기도 했다. 저녁 먹을 때 한 분이 허무개그를 하셨는데 나도 덩달아 중학교 때 기억을 더듬어 몇 개를 했다. 맞히는 사람은 정답을 들으면 어이가 없어하고 문제를 내는 사람은 어이없어하는 반응을 보는 게 재밌었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가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고 하니까 재밌었던 거다. 조합이 진짜 좋았다. 다음에도 이 멤버 그대로 또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겠지. 그날 생각이 나서 또 웃게 된다. 유머는 우리의 우울을 잊게 만든다.
서울 가는길 차안에서 남산타워냐고 물어봤던 근데 아니었던 기념으로 찍었던...
이번주 바뀐 미션 - [근육재훈련요법] 책 읽고 자가치료하기. 자전거는 비가 그치면 고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