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거울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거울이는 전 직장 동료이자 친구다. 결혼식장에서 전 직장 동료들을 꽤 많이 봤는데 아는체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들도 나를 못 알아봤다. 밥을 혼자서 먹었다. 꽤나 맛있어서 세 접시나 먹었다. 야무지게 와인도 마시고 오미자차도 마시고 커피까지 마셨다. 3년 전, 친구 써니의 결혼식이 끝나고 헛헛하고 쓸쓸한 마음에 집에 그냥 가기 아쉬워서 이 친구 저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애들이 다 약속이 있거나 남자 친구 또는 남편이랑 있어서 혼술을 하러 갔었다. 오늘은 원래 혼자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려고 했다가 비도 오고 해서 그냥 집에 왔다.
친구 써니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축가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써니는 축가는 준비가 되어있다, 혹시 축사를 해줄 수 있겠냐고 했다. 흔쾌히 하겠다고 했고, 내가 써니의 축사를 했다. 거울이는 "소영아 너 결혼할 때 내가 축가 해줄게"라고 말했다. 거울이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결혼을 하기는 할지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정말 거울이에게 축가를 부탁해야겠다.(아 근데 나 아직 거울이 노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거 같은데? 하하) 어렸을 때는 28살에 결혼해서 남자애 한 명, 쌍둥이 딸들 해서 총 3명의 자녀를 갖는 그런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로망은 로망일 뿐 현실이 되진 못했다.
*아티스트 데이트 : 책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에 나오는 개념. 매주 한 번씩 흥미 있거나 관심 가는 무언가를 혼자 해보는 모험
오늘의 에세이가 일간 이빛소금 겨울호 [22'시절친구]와 내용이 연결되는 것 같아 내용 공유할게요. 함께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2’ 시절친구」
소금에게는 엄마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고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초등학교까지 내내 함께 다녔던 단짝 친구 수정이 있었다. 수정과 소금은 전교생이 아는 단짝이었다. 수정은 중학교 때 용인 수지로 이사 갔고, 나중에는 아예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렸다. 소금은 초등학교 때까지 단짝친구가 늘 있었는데, 없어져 버리니까 허전하고 이상했다. '왜 나는 친구는 있는데 단짝친구는 없지?' 그런 회의감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중학교 친구 써니가 20년 1월 30일 결혼을 하게 됐다. 소금은 써니에게 정말 많은 걸 해주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써니에게 큰 선물을 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 끝에 축가를 해주겠다고 했다. 써니는 축가대신 축사를 해달라고 했다. 소금에게 축사를 스스럼없이 부탁하는 써니를 보고 소금은 그때 깨달았다. ‘써니가 내 단짝이구나. 나에게도 단짝이 있구나. 그렇지만 써니는 기혼자이잖아? 단짝이 맞긴 하지만 써니에겐 남편이라는 단짝이 또 있지.’
'어떻게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단 한 사람의 친한 친구가 유지되겠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절에는 수정이랑 저 시절에는 써니랑 그 시절 시절마다 친한 친구가 바뀌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 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니까. 소금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꼭 단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소금은 시절친구라는 개념을 만들어버렸다.
22년 12월 23일 현재 소금의 시절친구로는 장미, 마늘, 양파, 나무가 있다.
장미는 부산에 있는 친구다. 인스타그램으로 인연이 닿았는데 취향이 너무 비슷해서 친해졌다. 한 번은 새벽에 통화를 했는데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약 2시간을 통화했는데 2시간이 20분 같이 느껴졌다. ‘결이 맞아 그런 것이겠지? 결이 맞으면 시간이 빨리 가기 마련이니까.’ 소금이 부산에 조수미 선생님 공연 보러 갈 일이 있어서 처음 장미를 만났다. 장미는 이름처럼 정말 아름다웠다. 소금과 장미는 술을 먹었는데 장미가 소금의 주량을 조절해 주다가 정작 본인이 잠이 들고 말았다. 이후로도 장미와 소금은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음악을 추천해 준다. 일기를 교환한다. 소금이 무언가를 시작할 다짐을 할 때 장미는 늘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준다. (지금도 여전하다. 아 요즘은 일기 교환은 안 한다.)
마늘은 원래 22년도 동안 어떤 친구와도 연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소금은 마늘이 걱정됐다. 소금을 ‘백업용 친구’로 두라고 했다. 언제든지 연락하고 싶은 친구가 생긴다면 소금에게 하라고 말했다. 마늘은 22년도에 이따금 소금에게 연락했고,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텔레그램에 소금은 마늘이 대답하지 않든 아무말 대잔치를 선보이기도 했다.(마늘은 늦게 읽더라도 그걸 다 읽는다고 했다) 한 번은 소금이 크게 아프게 됐다. 소금은 마늘에게 반협박으로 아프니 보러 오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듣자 마늘은 한달음에 소금이 일하던 회사 앞까지 꽃을 들고 달려와 준다. 마늘과 소금은 매일 오전 오늘 할 일과 어제 아쉬웠던 일, 성공 일지 등에 관해 써서 주고받는다. 마늘은 소금의 집이 작업실다워질 수 있도록 같이 이케아에 가고 조립도 함께했다. 소금은 고마움을 타이 마사지로 전했다. (최근에는 마늘과 만나 함께 글을 썼고, 그 이후로 힘을 얻어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양파는 소금이 외국 여행 중에 알게 된 여행 인연이다. 독일에서 소금이 한 한인 민박에 머물렀는데, 그 민박집 이모님과 양파가 친한 사이여서 놀러 왔다가 다 같이 양파네 집에 놀러 갔는데, 양파가 해준 라볶이에 소금은 반했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비슷해서 계속 연락을 이어나가게 됐다. 양파가 외국에 있어도 페이스타임 음성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소금이나 양파가 고민이 있을 때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하루는 양파가 어떤 드라마를 보다가 소금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금아, 만약에 우리 아빠가 돌아가시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연락하지?”
“나한테 해, 나도 우리 아빠 돌아가시면 양파한테 할게!”
양파는 또 소금이 크게 아팠던 날 소금의 집에 와서 집 정돈을 도와주기도 했다. 소금은 반해버렸다. 이후에 양파의 그림 전시를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었다. (양파와 교환메일을 시작했는데... 흐지부지 됐다 흑)
나무는 소금의 퇴사한 회사 전 직장 동료였다. 회사에서 동료가 친구 되는 일은 겪어본 적이 없는 소금은 나무가 처음이다.(후에는 종종 생겨났다) 나무는 소금의 내리사랑 대상이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소금 전 직장은 제주도로 연수를 가는데, 소금 앞앞 기수 순영 씨가 앞 기수 보연 씨를 챙겼고, 보연 씨는 소금을, 소금은 나무를 챙긴 것이다. 나무는 그런 소금이 정말 고마웠다. 얼마 뒤 소금의 생일이었는데 나무는 소금에게 샤넬 립스틱을 선물했다. 소금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선물에 감격스러웠다. 소금은 회사 생활이 아주 힘들었는데, 어느 날 나무는 그런 소금을 위해 저녁 금식기도를 했다. 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2+1 음료수가 있으면 늘 소금의 것까지 챙긴다. 무엇이든 주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어 소금은 그런 나무의 모습을 배운다. (얼마 전 나무는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선물을 챙겨줬다 감자칼인데 아직 사용은 못해봤다 내일 당장 써봐야지)
이들의 공통점은 자존감 지킴이다. 소금의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마다 항상 이들이 옆에서 잘한다고 응원해 준다. 인정과 칭찬에 항상 목말라하는 소금에게 늘 인정해 주고 칭찬해준다. 혹시라도 소금이 바르지 못한 판단을 할 경우에는 상처받지 않게 이쁘게 말해준다.
22년도에는 장미와 마늘 양파 그리고 나무가 소금 곁에서 소금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줬다. 이 시절이 지나고 또 다른 시절이 찾아오면 시절친구는 유지될 수도 변할 수도 있겠지. 바람 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오는 시절 친구를 소금은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시절친구 : 이 시절에는 이 친구랑 저 시절에는 저 친구랑 그 시절 시절마다의 친한 친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