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틀은 봐주자
2023년 9월 19일 화요일
어제도 그제도 브런치에 글을 못 썼다. 매일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는 건 나 스스로의 약속이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오늘은 퇴근하고 연희동에 있는 카페에 왔다. 카페 이름이 특이하다. '프로토콜'. 언제부턴가 커피를 마시면 새벽 6시까지도 잠을 못 자길래 디카페인 커피를 먹어도 잠이 잘 오는지 아닌지 실험을 해봐야 한다. 다행히 프로토콜에선 디카페인 커피도 판매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디카페인으로 주문했다.
어제도 그제도 브런치에 글은 못 올렸지만 잠은 잘 잤다. 커피를 마시고 잠이 안 오면 그 당시에는 고통스럽고 후회스럽지만 다시 커피를 마실 일이 생기면 자꾸 까먹고 커피를 주문하곤 했다. 커피를 끊으려고도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커피가 끊어지지가 않아서 일단은 이틀에 한 잔 정도로 타협을 봤다. 그렇게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대체적으로 웅장하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나기도 하고 무지 진지한 느낌이다. 나도 진지하다. 진지하게 글쓰기에 임한다. 음악이 그렇게 사람을 만든다. 묵직하고 신비스럽고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다. 비록 어제와 그제는 건너뛰긴 했지만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니 좋은 점이 있다. 누워있고 싶어도 최대한 금방 일어나려 노력하고, 기분이 우울해도 어떻게 하면 우울하지 않을 수 있을지 노력한다. 글을 쓰니 확실히 대충대충 살아지진 않아 진다. 무엇을 함에 있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인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일반 커피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글을 썼기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디카페인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무기력이 찾아오고 번아웃이 들이닥쳤을 때에 에너지가 없어서 누워만 있었지만 누워서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었다. 책에서 무기력할 때 운동을 하라고 해서 산책도 하고 등산도 했다. 사놓고 벨이 없다는 핑계로 잘 타지 않았던 자전거도 자전거포에 가서 벨도 달고 바퀴 바람도 넣었다. 집에만 있으면 누워있는다는 걸 아니까 퇴근하자마자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갔다. 그런 노력들 덕분에 꾸준히 쓸 수 있었다. 하루이틀은 봐주자. 오늘도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