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제도 집에만 있었다면 글을 쓰지 않고 누워만 있었을 확률이 더 크다. 이틀 쉬고도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존재가 대각선 앞에 앉아 내게 글을 쓸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혼자서는 잘하지 못할 일도 옆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곧잘 해내곤 한다. 일본의 렌탈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그런 사람의 심리를 잘 간파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렌탈남에 꽂힌 나머지 내가 한국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지난번 글에 내용을 적었었다.(https://brunch.co.kr/@addsy/463) 소극적으로 적은 탓인지 아직 아무에게도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렌탈남이 의뢰비 10만 원을 받는다고 했는데 렌탈남이 직접 쓴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읽었을 땐 교통비나 식비 외에 따로 비용을 받고 있진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가격을 측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못한 것도 있다. 영상을 다시 보니 처음에는 비용을 받지 않다가 나중에는 받은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어떻게 하면 의뢰가 들어올 수 있을까? 의뢰인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일단 한국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상, 의뢰자들을 받아야 하고 내가 의뢰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식사 같이 하기, 커피 같이 마시기, 보드 게임 인원수 모자를 때 충원 하기, 볼링이나 짝으로 할 수 있는 게임 같이 하기, 머리 망쳐서 따지러 가야 되는데 옆에 있어주기, 옆에 있기만 하고 말 안 해도 되는데 빡세게 꾸미고 오기,..., 1인 불가능한 고깃집 가서 고기 뒤집어주면서 적당히 말하기나 과묵하게 있기 등 의뢰자가 원하는 컨셉으로 하기. 여기 적은 건 내 생각과 오늘 대화한 직장 동료, 바 사장님의 고견도 들어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의뢰내용은 무궁무진하다. 의뢰자 마음이다.
많은 분들이 한국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존재를 알았으면 좋겠다. 의뢰도 해주셨으면 좋겠다.제가 어제 대각선 옆에 앉은 존재 덕분에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여러분도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힘을 얻고 싶으시다면 주저 없이 의뢰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