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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한국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by 이빛소금

2023년 9월 20일 수요일


만약 어제도 집에만 있었다면 글을 쓰지 않고 누워만 있었을 확률이 더 크다. 이틀 쉬고도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존재가 대각선 앞에 앉아 내게 글을 쓸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혼자서는 잘하지 못할 일도 옆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준다면 곧잘 해내곤 한다. 일본의 렌탈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그런 사람의 심리를 잘 간파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렌탈남에 꽂힌 나머지 내가 한국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지난번 글에 내용을 적었었다.(https://brunch.co.kr/@addsy/463) 소극적으로 적은 탓인지 아직 아무에게도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렌탈남이 의뢰비 10만 원을 받는다고 했는데 렌탈남이 직접 쓴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읽었을 땐 교통비나 식비 외에 따로 비용을 받고 있진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가격을 측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못한 것도 있다. 영상을 다시 보니 처음에는 비용을 받지 않다가 나중에는 받은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어떻게 하면 의뢰가 들어올 수 있을까? 의뢰인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일단 한국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상, 의뢰자들을 받아야 하고 내가 의뢰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식사 같이 하기, 커피 같이 마시기, 보드 게임 인원수 모자를 때 충원 하기, 볼링이나 짝으로 할 수 있는 게임 같이 하기, 머리 망쳐서 따지러 가야 되는데 옆에 있어주기, 옆에 있기만 하고 말 안 해도 되는데 빡세게 꾸미고 오기,..., 1인 불가능한 고깃집 가서 고기 뒤집어주면서 적당히 말하기나 과묵하게 있기 등 의뢰자가 원하는 컨셉으로 하기. 여기 적은 건 내 생각과 오늘 대화한 직장 동료, 바 사장님의 고견도 들어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의뢰내용은 무궁무진하다. 의뢰자 마음이다.

많은 분들이 한국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존재를 알았으면 좋겠다. 의뢰도 해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어제 대각선 옆에 앉은 존재 덕분에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여러분도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힘을 얻고 싶으시다면 주저 없이 의뢰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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