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이미 오래전부터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이미 몇 달 전부터 나는 살아 있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는 단지 글을 쓰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고 있다.
불안의 서 253페이지 중 일부
1 나는 실은 멈춰져 있다. 작년에는 단편 소설 두 편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했는데 올해는 또 멈춰버렸다. 글을 써서 살아났다고 계속 써서 살아내겠다고 해놓고 또 현실 속의 핑계들로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챗지피티가 브런치에 쓰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줘서 쓰고 있는 거고, 뭘 쓸까 하다가 불안의 서를 넘기다가 253페이지에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문장이 있어서 위에 적어뒀다.
2 나는 나를 믿는다. 나는 2030년 소설 베스트&스테디셀러 작가다. 거기에서 왔고, 그렇다면 지금 써 내려가야 한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나는 쓴다.
3 벌써 2025년이 두 달이면 끝난다.
4 어제는 4끼를 먹었고, 오늘은 3끼를 먹었다. 아침엔 샌드위치, 점심엔 호텔 구내식당 밥, 저녁엔 샐러드. 또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은 감정이 찾아오니 좋다. 나는 너무 늘 자주 잦게 외로움으로 인해 힘들고 속상해했다. 이제는 오늘같이 외롭지 않은 날이 더 많아지길.
5 다진이가 추천해 준 플로우를 쓴다. 플로우는 스톱워치기능이 되는 좋은 앱이다. 30분을 맞춰놨고, 30분 동안 계속 써볼예정이다. 왜냐하면 나는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6 오늘은 살아있어서 감사하다고 우리 무한 가능성 05조 줌미팅 때 얘기했다. 정말이다. 살아있어서 감사하다.
7 어떤 글을 써야 길게 이어서 쓸 수 있을까?
8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챙김이 떠오른다.
9 복잡하고 뒤엉켜있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자. 어제 인스타 릴스를 보다가 어떤 외국인이 아침에 일어나면 하얀색 종이에 오늘 해야 할 일 세 가지를 적고 그걸 다 하기 전까진 자지 말라고 했다. 1번이 글쓰기 30분인데 지금 하고 있다. 2번은 회사 일인데 그건 내일할수밖에없는상황이었다. 3번은 책상 싹 정리인데 이거 다 쓰고 하겠다. 추가로 4번은 빨래인데 했다. 예~! 에~!
10 내일은 장기자랑 연습을 하기 위해 성수로 간다.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를 부른다. 부를 예정이다.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잘하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10월 어느 날에 명상을 했는데 "아~"를 계속 소리 내는 명상이었는데 그때 목이 쉬어서 아직까지 내 본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언제 돌아올까?
11 이렇게 쓰니까 좋다. 15분 남았다.
12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아이다. 그걸 할 수 없어서 자꾸만 답답해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또 한 번 감사하다. 그것 때문에 외국에 나가려고 했더니 누가 그건 아니라고 했다. 모르겠다.
13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 좋았다. 내일도 오늘만큼만 일찍 출근할 수 있기를.
14 이제 목 뒤로 꺾어도 통증이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다. 무릎은 여전히 아픈데 재승님이 이지엔6먹으라고 일단 염증을 치료하고 테이핑도 하고 식단관리도 하는 거라고 했다. 아 이 쓰는 감각이 너무 좋다. 키보드의 키감이 참 좋다. 고요한 이 밤이 좋다. 쓸 수 있어서 좋다. 살아있는 기분이다. 맞다. 나는 글을 써서 살아난 사람이지. 망각하지 말고, 자각하며 살자.
15 내가 하는 말이 곧 나다.
16 자, 여기까지 20분 걸렸다. 남은 10분은 뭘 쓰지?
17 요즘 나의 마음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데 만나기 싫다. 참 모순이다. 양귀자 모순 읽고 싶다. 옷 사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이사 가고 싶다. 아니 여행 가고 싶다. 아니 건강해지고 싶다. 건강해져야지 뭐든 할 수 있다. 그래도 태원이 덕분에 태원이가 알려준 내 몸에 딱 맞는 운동들을 주 4회 꾸준히 하고 있다. 현문쌤이 알려준 운동은 사실 다 잊어먹어서 못했고, 말로만 스트레칭하겠다고 하고 안 해서 요가를 돈 주고 했었는데 요가를 무료로 할 수 있는 곳에 취직을 다 하게 되다니 참 신기해.
18 내일은 뭘 쓰지? 내일도 이렇게 그냥 30분 글쓰기? 이렇게 주제도 없이 그냥 써도 아예 안 쓰는 것보단 낫지. 쓰다 보면 뭐가 생기겠지. 쓰다 보면 가늠이 잡히겠지. 그럼. 그럼. 나는 2030년 베스트&스테디셀러 작가이니.
19 이거 몇 자일까? 브런치는 글자수 제한 없나?
20 인스타는 2200자인 걸로 알고 있고 스레드도 600자 정도이고 페이스북도 글자수 제한 있는데 갑자기 브런치 글자수 제한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21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하하하핳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 오토바이도 지나간다. 오늘은 회사에서 유리를 깼다. 유리전문 사장님이 방문하셨고, 오토바를 타고 오셨다. 정말 바람 잘날 없는 회사생활이다.
22 이제 5분 뒤면 끝이다. 이걸 수정을 할까 그냥 올릴까 이건 장르가 뭘까 일기일까 에세이일까
23 시를 쓰고 싶다
24 노래를 만들고 싶다
25 글 쓰면서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나의 꿈은 언제 이뤄질까?
26 그 꿈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누구는 모든 사람의 로망이지
누구는 이미 네가 하고 있는 거 아니야
각기 반응이 달랐다.
또 누구는 사랑하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27 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누구인지 (그건 평생 알아도 모르겠지)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다 알고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게 저 꿈이고 꿈을 물어보면 그 꿈과 현실이 너무 동떨어진 채 사는 사람들도 많고, 그냥 먹고살려고 회사 다니는 사람도 많고(물론 나도 하지만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는 아니까 그래서 쓰고 있는 거니까), 그런 사람들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아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길 원한다.
28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지만 나를 사랑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 사랑해야 한다 나를 더 사랑하고 많이 아껴주고 보살펴줘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29 결국 사랑
30 사랑이 답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