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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을 배우는 중이다

day7

by 이빛소금

2025년 11월 12일 (수) 18:04 @ Stripe Coffee 약수점


춥다. 오늘은 정말 춥다.
하필 얇은 바지를 입어 더 그렇게 느껴진다. 아침엔 늦잠을 자고, 코치님과 통화하고, 카드지갑까지 놓고 나왔다. 커피를 사느라 더 늦었다. 그래도 운동 선생님은 “괜찮아요.” 하며 웃어주었다. 핏슈브 헬스장에 새 트레이너로 일하게 된 친구, 이제는 내 ‘선생님’이기도 한 사람. 지난번에 운동 처방을 받고, 오늘은 숙제 검사를 겸해 몸을 다시 봐주기로 했다.



몇 가지 동작을 하다가 뼈에서 소리가 나서 잠시 멈췄고, 선생님은 즉시 다른 운동을 알려주었다. 그 진심이 느껴져서 괜히 고마웠다. 운동을 마치고 1층 수제비집에 갔다. 뜨끈한 국물에 생채를 얹어 한입 먹었는데, 쫄깃하고 시원해서 오늘 날씨에 정말 딱이었다. 게다가 가격도 착했다. 생채도 리필하고,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이제 약수역 근처 카페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쓴다.

어제는 해방촌에서 친구 Y와 I를 만났다. 오랜만에 봐도 1도 어색하지 않았다. I의 집은 너무 멋져서 감탄이 절로 나왔고, Y는 내게 말했다.

“소영이는 좋은 걸 좋다고 말해서 좋아.”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좋다고 말하는 것, 그건 쉬운 일 같지만 사실 용기가 필요하다. 나도 Y처럼 자유롭게 글을 쓰고, 여행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Y는 “나는 오히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아”라며 웃었다. 이유는 몰라도, 그 웃음이 좋았다.


운동을 하며 느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약했다. 두 팔, 두 다리는 멀쩡하지만, 코어가 너무 약해 단순한 동작도 버거웠다. 그래도 안다. 꾸준히 하면 강해질 거라는 걸. 몸도, 마음도, 시간도, 글쓰기도 결국 ‘근육’이니까.


9월 22일부터 주 6일로 일했다. 세미나까지 겹쳐서 거의 한 달 반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만남을 즐기던 나였는데, 어느새 누가 보자고 하면 부담이 먼저 느껴졌다. 이제 드디어 주 5일제로 바뀌어서 오늘도 쉬고, 내일도 쉰다. ‘쉰다’는 말이 이렇게 눈부신 줄 몰랐다. 쉬어야 비로소 내가 보인다. 쉬어야 사람도, 일도, 꿈도 다시 반짝인다.

오늘은 내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조금만 천천히 가자. 그래도 괜찮아.”

그 말이 고맙다. 이제 나는, 쉼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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