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상당히 기분 좋은 퇴근길이다.
글 쓰는데 집중하기 위해 FLO에서 라흐마니노프를 틀었다. 와, 확 집중되는 이 느낌. 좋다.
왜 기분이 좋냐면, 주 6일에서 주 5일로 바뀔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그전에 요가명상 수련을 마쳤을 때 지인이 나에게
“정말 장난 아니게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오늘 출근해서 서류 업무가 꽤 많았는데,
자료가 없어 못한 것 말고는 다 끝냈고, 퇴근 후 요가명상 수련도 진짜 너무 좋았다.
이번 주 토요일엔 60여 명 앞에서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를 불러야 한다. 점심시간엔 밥을 먹고 산책하며 노래 연습을 했다.
차는 막히고, 입고 있는 옷은 덥지만 벗기 귀찮았다.
그래도 결국 벗었더니 시원했다. 글을 쓰면 좋다.
이렇게 내 감정 상태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서.
버스 안엔 사람이 많아 말을 못 하지만,
글을 쓰는 와중에 한결 시원해져서 좋다.
점심을 분명 싹 다 먹었는데, 지금 오후 5시 38분. 너무너무 배가 고프다.
이따 동네로 돌아가면 맛있는 밥을 먹고, 배를 채운 뒤 노래 연습을 하려 한다.
벌써 상도시장이다.
30분 동안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훨씬 빨리 흘렀다. 기분이 좋다.
글을 쓰고 있어서 좋고, 오늘 하루의 일진이 좋다.
‘좋다’라는 말 말고 또 어떤 표현들이 있을까.
기쁘다, 흡족하다, 가볍다, 평온하다.
더 다양한 단어를 배우고 싶다.
회사에서도 재밌는 일이 있었다.
한 손님이 텀블러 뚜껑이 안 열린다고 부탁했는데,
나도, B님도, C님도 아무도 못 열었다.
그러다 지나가던 선글라스 낀 손님이
툭— 하고 바로 열어버렸다.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웃기고 즐거웠다.
또 어떤 손님은 웃으면서 주문하셨다.
그 덕분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평소에 그 손님처럼 웃으며 응대해야겠다고 배웠다.
어제는 생각이 토막토막 끊겼는데,
오늘은 문장이 조금 더 길다. 다행이다.
사실 아까 명상수련 중에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일단 에세이를 쓴다.
나는 2030년, 베스트 & 스테디셀러 작가다.
그 분야는 소설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 에세이 말고 소설을 써야 하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에세이도 쓰고,
소설도 쓰고, 다 쓸 거다.
으아....... 누가 치킨 사가지고 버스 탔어.
치킨냄새.... 그윽한 버스 안이다.
으아... 관악구청이다. 내려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