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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써서 살아남았고, 계속 살아나가기 위해 써야만 해

day5

by 이빛소금

2025년 11월 9일 일요일 밤 11시 44분.


사실은 아까 썼어야 했다.
근데 인스타 릴스 몇 개보다가 30분이 날아갔다. 다시 브런치로 돌아와 유튜브에서 라흐마니노프를 검색했다.
조성진의 연주를 클릭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Mlq-hOIoc

그리고, 다시 쓴다.

친구가 찍어준 사진. jpg

어제는 리더십 세미나 6개월 과정을 마치고 졸업파티가 있었다.

나는 무대를 찢었다. *^^*

마치 꿈만 같았다.
줌으로만 보던 얼굴들인데,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원래도 알았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6개월 동안의 시간들이 한순간에 흘러갔다.
그들과 함께 그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게, 그냥 꿈같았다. 꿈.이지만 현실. 자주자주 보고 싶고 얘기도 나누고 싶다. 멋지고 비범하고 단단한 분들과 함께해서 좋았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가야지 다짐한다.



나는 아빠를 미워했었다.
평생 용서하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선 ‘용서’ 대신 ‘완결’이라는 말을 쓴다.
아빠를 완결하고 나니 미움이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차지한 건 평화였다.
이젠 아빠와 연락하고, 농담도 한다.
그게 기적이 아니면 뭐겠는가.

이제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주말 근무였다.
무지 바빴다. 그래도 원장님이 힘내라고 기프티콘을 주셨다.
뜻밖의 선물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릎은 여전히 아프고 몸도 고단하지만
이제 주 6일에서 주 5일로 바뀐다.
드디어 이틀을 연속으로 쉴 수 있다.
그게 얼마나 큰 일인지 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책상

빨래

설거지

바닥

글쓰기

하나씩 지울 때마다 줄을 쫙쫙 그었다.

어제의 졸업파티는 내 자존감의 축제였다.
동기들은 내 자존감지킴이들이다.


소소소소소백님, 예랑 님, 그리고 그 모든 이쁜 말들.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자존감을 치켜세워준다.

한 동기는 출판사 250곳에 투고해서 책을 냈다고 했다.
나는 50군데뿐이었다. 그래서 반성했다. 다시 해야지. 연락 왔던 출판사들에 다시 메일을 보내야겠다.


오늘 만난 사람은 밥만 먹고 집으로 갔다. 그 인연은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아쉬움보다 담담함이 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화이트보드의 마지막 칸, ‘글쓰기’.
그걸 지우며 생각했다. 나는 써서 살아남았고, 계속 살아나가기 위해 써야만 한다.

이제부터 해야 할 것들을 쓴다.


0순위, 건강.
무릎과 어깨를 완전히 회복해야 한다.
몸이 버텨야 마음이 간다.

그리고 계속 쓸 수 있다.


1순위, 출간.
내년 2월 12일, 엄마의 생일에
『엄마는 양념게장 레시피도 안 알려주고 떠났다』
종이책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다.

2순위, 떠남.
내년 늦여름, 한국을 떠난다.
무릎이 나을 때쯤, 마음도 더 단단해질 거다.
그때 나는 미련 없이 말할 것이다.
“잘 있어, 한국. 나, 떠날 거다.”

소소한 목표를 줄로 긋듯,
내 인생도 그렇게 완결해 나간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
계속 쓰는 것.

나는 오늘도 썼다.
그리고 내일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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