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0
2025년 12월 26일 (금) 20:01
2025년 11월 4일, Day 1부터 시작해서 오늘 Day 30까지. 30일간의 여정의 마무리다.
시작할 때 이렇게 썼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이미 몇 달 전부터 나는 살아 있지 않다.”『불안의 서』의 문장을 빌려 ‘쓰지 않는 나’를 설명하고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 유령처럼, 내 이름 석 자를 문장 위에 올리는 것조차 버거웠던 날들이었다.
단풍잎을 지나 계절이 깊어지고, 어느새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한 해의 끝자락. 30일 차의 마침표를 찍는 나는 분명 전과는 다른 풍경 속에 서 있다.
오늘 오전에는 면접을 봤고, 오후에는 다섯 곳의 회사에 지원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쓴다는 일이 너무나도 버겁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마치 뼛속까지 내려가 글을 쓰듯 내 안의 역량과 진심을 꺼내어 쏟아냈다. 136명이라는 경쟁자 숫자를 보고도 기죽지 않고 “내 가치는 1위 작가다”라고 적어 넣는 나를 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역시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하는구나.'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을 풀어 주라. 아주 쉬운 말로 단순하게 시작하고, 당신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도록 애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마지막 날, 이제 이 문장을 인용한다.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을 풀어 주라.”
30일의 기간 동안 삶의 환경이 로또처럼 뒤집힌 건 아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내일의 연락을 기다리는 구직자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매일 브런치를 열었고, 무서워도 도망치지 않았고, 완벽하지 않은 문장이라도 끝까지 써 내려갔다는 것.
그 지독한 ‘꾸준함’이 결국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30일 동안 글쓰기 근육만 붙은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를 증명해도 좋다는 ‘살아 있는 감각’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Day 1부터 Day 30까지의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나지만, 나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제꺼-> https://brunch.co.kr/@writelivenote/658
그제꺼-> https://brunch.co.kr/@writelivenote/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