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 작가 이빛소금의 일일①, ②

[일간 이빛소금/이야기] 22.12.29. (木) 22.12.30 (金)

by 이빛소금

소금의 어머니는 소금이 어렸을 때 궁둥이 붙이고 앉아있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소금은 천방지축 말괄량이였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아이였다. 그런 소금이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바로 테레비를 볼 때였다. 어느 날 소금의 머리가 너무도 아파 MRI 촬영을 했으나,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되짚어 보면 테레비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소금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남들 다 가는 대학에 가야 했다. 테레비순이 소금은 광고를 만드는 광고 기획자나 돼볼까? 싶었고 수능 성적에 맞춰 한 대학교 광고홍보언론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광고홍보언론학과에서 학교생활을 한 소금은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광고와 직접 부딪혀서 만드는 광고의 괴리감을 느끼고, 고등학교 때 지원했다 떨어져 아쉬웠던 대학교 방송국에 들어가게 된다. 대학방송국에서 아침 뉴스 방송 멘트를 쓰기도 하고, 아나운서 멘트를 직접 한다. 점심 음악방송에 나갈 음악도 직접 선곡하고, 믹싱 콘솔을 만진다. 제작과 아나운서, 기술 모두를 다 익히게 된다.


소금은 대학방송국에서의 생활에 즐거움을 느껴 자연스레 PD의 꿈이 생겼다. 우연히 KIPA 디렉터스쿨이라는 국비 지원 PD 교육기관을 발견하게 되어 지원한다.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하여 수료한다. KIPA디렉터스쿨은 외주제작사와 협력이 되어 취업을 연계시켜 주었다.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했던 소금은 예능국에 지원하게 되고,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만드는 호박미디어라는 한 외주제작사에 입사하게 됐다.


방송가는 녹록지 않았다. 밤을 새우는 건 기본이고, 일주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인턴이라서 월급은 육십만 원 남짓이었을 거다. 선배들은 실내에서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담배를 태운다. 심지어는 조연출에게 담배 심부름도 시킨다. 야간 근무를 했던 소금의 아버지는 소금의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 돼 방송일을 그만하라고 반대했고, 소금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이 길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그만두게 된다.


지역 고용센터에 방문하여 내일배움카드(생애에 걸친 직무 수행 능력 습득·향상을 위해 국민 스스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훈련비 등을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해준다)를 발급받고, 소금이 잘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CS(고객 서비스) 강사 양성 과정 수업을 듣게 된다. CS 강사 양성 과정에서 하루는 소금이 발표하는 날이었다. 몹시 두려운 마음에 소금은 이불에서 나오지 않고, 학원에도 안 갔다. 다행히 과정은 마쳤고, 소금은 여전히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 계속 이불속에 있었다. 동기 언니 한 명이 소금에게 맥주와 떡볶이를 사주며 “잘할 수 있을 거다. 이불에서 그만 나오고 어서 입사 지원을 해라”라고 조언한다. 그다음 날 소금은 이랜드 CS 매니저에 지원하게 되고, 계약직으로 합격한다.


나이에 비해 다른 사람보다 비교적 직업을 많이 바꾼 소금은 이따금 생각한다. CS 매니저 할 때가 제일 좋았다고, 같이 일을 하던 선배와 동료들은 소금을 잘 챙겨주고 따뜻했다. 한 날은 소금의 생일날 다 같이 생일 축하 케이크도 잘라주고, 근교 호수에 가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소금은 백화점의 매니저와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고객 서비스 교육을 하고, 의류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매장 관리를 했고,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서 CS 매니저가 가장 적성에 잘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가피하게 이사만 가지 않았더라면 오래오래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돌이켜보면 소금은 운이 좋았다. 인복이 좋았다. 이랜드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도 CS 강사 양성과정의 동기 언니의 말 덕분이었다. 다른 회사들도 지인이나 가족 덕분에 기회를 포착하여 다닐 수 있었던 회사였다. 어떻게 보면 소금이 무얼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일은 해야 하고, 타이밍이 맞아서 다닌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아는 상태에서 회사를 선택했다면 오래 그 일들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여러 직업을 거쳐 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소금이 하고자 하는 글 쓰는 일을 하게 됐다. 소금은 작가가 되기까지 어떤 것들을 해왔을까? 먼저는 ‘다독’에 꽂혀 책을 읽었다. 100권이라는 책을 1년 안에 읽겠다고 다짐하고, 1년에 100권의 책을 읽었더니 자연스럽게 책이 좋아졌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글 쓰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다.


작가라는 꿈이 생기고 어떻게 해야 하나 찾아보니 ‘매일 쓰라’는 말을 보았다. 매일 써야겠다는 생각에 블로그에 매일매일 하는 챌린지를 했다. ‘고일석의 마케팅 글쓰기’라는 매일 글감을 받아서 글을 쓰는 것도 했다. 글쓰기 수업도 들었다. 임경선 작가의 에세의 잘 쓰는 법, 태재 작가의 에세이 스탠드, 양다솔 작가의 까불이 글방을 찾아서 들었다.

여행에 가서도 매일 30분씩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떠나, 매일 30분씩 썼다. 돌아와서 친구 추천으로 길여행 전문지에 여행기 연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여행기 연재에 들어갈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간 소금은 글자 하나도 쓰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되기 위해 항상 노트북 앞에 앉아 쓰는 훈련을 해 온 것이다. 그런 노력이 쌓이고 쌓였다. 엄마를 그리는 마음을 일기장에, SNS에 써서 올리게 되었고, <엄마는 양념게장 레시피도 안 알려주고 떠났다>에는 그렇게 써두었던 글들과 새롭게 쓴 글을 모아 재구성하여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소금의 롤모델은 이슬아 작가와 팀페리스 작가이다. 이슬아 작가는 벌써 10권의 책을 냈다. 어렸을 적 어딘 글방이라는 글방에 다니며 매일매일 글을 썼고, 일간 이슬아의 창시자로 매일매일 글을 썼다. 그 글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냈으며, 첫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부터 <심신단련>,…, 가장 최근에 낸 작품으로는 소설 <가녀장의 시대>가 있다. 이슬아 작가도 처음에는 누드모델, 글쓰기 교사, 잡지사 기자 같은 일들로 돈을 벌다가 마침내는 현재 작가로서 출판사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다.


팀페리스 작가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기업자정신’을 강의하며 작가와 투자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가 쓴 네 권의 책은 모두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성공을 거둔 200 명의 인물을 본인의 팟캐스트에 초대해 성공 비결을 공개했다. 또한 팀페리스 작가는 소금의 꿈인 ‘글 쓰면서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삶’을 살고 있는 분이다.


소금은 한국의 팀페리스가 되어 한국의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한국판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를 출판하길 소망한다. 소금은 돌고 돌아 다시 백수가 되었다. 멋있게 표현하면 작가라는 직업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소금은 다시 일을 구하고 있다. 글을 쓸 시간이 필요해 하루에 일정 시간만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한다. 친구는 소금에게 불안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불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물론 불안하다. 하지만 소금이 선택한 일이고 본인이 선택한 일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금은 글을 써서 돈을 벌어먹고살고 싶다. 아직까진 그 방법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주어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간이빛소금 연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이책 원고를 수정하는 것이다.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소금은 불안하지만 매일 쓸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낀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소금은 키보드에서 손을 떼는 일은 없도록 노력할 것이다. 매일 쓰면서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딜 것이다.


「‘90 ~ ‘22 작가 이빛소금의 일일①, ②」

- 끝 -


22.12.29. (木) 2022.12.30.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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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간 이빛소금] 2022년 겨울호 연재 중 두 편을 합친 것입니다. 2026 신년호에서도 이런 글을 20일간 받아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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