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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ndraw Sep 08. 2024

어린이와 그림

어린이와 그림과 나


아이를 키우는 것은 모두가 알다시피 보통 일이 아니다.


그것도 한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수많은 간섭과 비교의 홍수 속에서 부모의 신념을 지키면서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라서 쉽지 않다. 대치동까지 갈 필요도 없이 서울 변두리에 사는 초등학생이 중고등학교 수학과 미국 중고등학교 커리큘럼의 영어교재를 배우는 것이 당연시되는 기이한 상황에서 부모가 선행 없이, 정상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뚝심이 필요한 일이다.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은(아직 11년 밖에 키워보지 않았으나) 아이 자신의 인생은 오직 아이 스스로가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모가 옆에서 아무리 닦달을 하더라도 하지 않을 놈을 닦달해봤자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다. 내가 친구를 만들어줄 수 없는 것처럼,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스스로 쌓아 나가는 수밖에. 이게 내가 학부모 커뮤니티에 소속되지 않음에 대한 변명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오랜만에 새벽에 그림을 그렸다. 휴가를 내고 여름밤에 나 혼자 둠칫둠칫 노래를 들으며 그림을 그렸다. 오랜만이어서인지 나의 감성이 부족해서인지 그림은 내 마음처럼 예쁘게 그려지지 않았다. 아직 시작단계일 뿐이지만 첫 느낌이란 게 있으니까. 하지만 항상 옆에서 훈수를 두는 남편이 별로라고 한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려나가서 결국 완성되었을 때, 나의 까막눈 남편이 처음 그림은 잊고 좋다고 말했을 때의 쾌감이랄까. 시작은 별로일 수 있으나 완성은 나의 시간과 끈기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므로 나는 지금이 별로라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다. 나의 시간과 끈기로 만들어내는 그림은 내가 그리고자 하는 그 대상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것의 본질임으로, 결국 내가 작가로서 그리는 것은 자연의 목소리와 신념을 화폭에 묵묵히 담아내는 것이다. 내가 아닌 자연이 그리는 그림.


 그러므로 지금의 내 그림이, 내 아이가, 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지치거나 실망할 필요 없다. 상황은 언제나 변하게 마련이고, 그 변곡점에서 나는 묵묵히 준비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의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 때로 내 주변 사람들이 흔들릴 때 잠시 기댈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는 삶. 그것이 앞으로의 내가 살아가야 하는 삶이라 생각한다.


-7월 30일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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