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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코드블루

간호사실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다급한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밖으로 나가니


“코드블루 띄어, 코드블루 띄어!”


아, 씨. 상황이 심각하다. 식판을 빈 카트 위에 두고는 윗년차 선생님의 지시로 바로 전화를 했다. 난 급해 죽겠는데 담당자가 전화를 째깍째깍 안 받는다.  뚜- 뚜- 한참을 울린 끝에 전화를 받았다. 나도 모르게 말이 막 나왔다.


“코드블루요, 코드블루.”


에이씨. 발음도 뭉그러졌다. 그런데 어딘지 말을 안했다. 젠장.


“중환자실요!!!!!”


상대방이 내 말을 못알아먹는다. “8층 병동이요?” 아, 아니라고요!!!! “중환자실 코드블루요! 빨리요!” 하고 끊었다.


전화를 끊기 무섭게 “중환자실 코드블루!”, “중환자실 코드블루!” 소리가 퍼진다. 전쟁의 시작이다. 윗년차 선생님은 CPR을 치고 있고, 담당간호사는 차팅하느라 바쁘다. 아수라장 전쟁터가 따로 없다.


“에피 줘요, 에피.”, “아트로핀 줘요.” 레지던트가 지시한다. 교수님의 등장 전에는 레지던트가 모든 상황을 전두지휘한다.

*에피=에피네프린. 에피와 아트로핀은 모두 혈압을 올린다


에피를 쟀다. 에피가 들어가면 나아지려나. 솔직히 확신하지 못한다. “에피 들어가요.”, “네.” 알콜 솜을 묻혀 절차에 맞게 해야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그런 것은 그딴 것이 된다. 속도전이다.


다행인 건 재세동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순환이 회복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한폭탄과 같은 지라 이런 상황은 다시 반복됐다.


 “코드블루요! 코드블루!”


이제 현기증이 나려 한다. 하지만 뛰어야 한다. 다른 환자에게 L-tube로 약을 주려고 했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던 걸 모두 멈추고 달려갔다.


“ambu요!”


ambu bag을 짰다. 내 옆에서 CPR을 치고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선생님 제가 할까요?”

“아니요. 전 괜찮아요. 어차피 운동도 해야돼서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으신다. ‘나 지쳤어요’ 라고 온 몸으로 발산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극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상받아야 한다. 용감한 시민상, 국회의원상, 대통령상 다 받아야 한다. 젖먹던 힘 다 짜서 노력하고 있는데.


응급실에서 요원이 달려왔다. 손을 바꿨다. 응급의학과 교수님께서 이렇게 진행해도 의미가 없다고 하신다.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그만하자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전투적인 장면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그렇게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나는 절대로 고통스럽게 죽지 말아야겠거니, 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막상 나도 보호자의 입장이 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싶겠지.


솔직히 말해서 가망이 없는 사람은 눈에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허무하다.

항상 그렇다. 시신을 정리하고 폭신폭신한 비단 천 위에 환자를 옮길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 뭘까.

나는 분명 사람을 살리기 위해 육체적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이 모든 것의 끝에는 철학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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