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monologue

헬듀티

나도 하루종일 방구석에서 뒹굴거리고 싶다. 볼빨간 사춘기 노래를 들으며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나도 매일매일 내 방 청소를 하고 싶다. 집에 들어오면 씻고 바로 지쳐 쓰러져서 잠드는 인생이 아니라. 점점 더러워지는 방을 볼수밖에 없는 내 나약함이 싫다.

나도 친구랑 카페에서 달다구리한 바나나스무디 먹고 싶다. 분위기 있는 맛집에서 인스타감성 넘치는 사진도 찍고 싶다.

나도 빨간 억새풀 직접 보고 싶다. 약국 들리는 길에 보이는 티비 화면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나도 누군가가 반갑게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날 다그치러, 혼내려고 부르는 게 아니라.

나도 내 가수 공연 보러 가고 싶다. 남들 보러 가는 거 부러워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억울하게 욕먹기 싫어.

이렇게 치이면서 살기 싫어.

나랑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건 서서히 죽어가는 독약과 같아.


이대로 잠수타고 제주도로 가고 싶다.

그런 생각 한 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항상 이성이라는 쥐똥만한 감정에 이 모든 계획이 잠식된다.


난 언제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자유의지대로 할 수 있을까? 이딴 우유부단함으로는 죽기 직전까지도 남에게 휘둘리며 살 것 같아.


작가의 이전글 생각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