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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팩트폭력

정신 없이 나이트를 마치고 직장 동료와 아침밥 먹으러 가는 길. 사실 맛없으면 안 먹으려 했는데 오늘은 환자의 아침밥이 괜찮아 보인다. 그래서 지체 없이 달려갔다.


주 메뉴는 소고기덮밥이다. 아니, 사실 덮밥은 아니다. 무한대로 퍼먹을 수 있어서 내가 덮밥 처럼 제조(?)할 뿐. 나는 겉보기와 다르게(?) 무척 많이 먹는다. (객관적인 지표: 너는 먹는 것에 비해서 살이 안 찌네, 라는 말을 대략 열명에게 들었다) 이 구역의 먹방왕 나야 나!


밥 먹으면서 하는 얘기는 당근 일 하는 얘기다. 저마다 근무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는 이브닝 근무가 나아.”

“데이가 좋은 사람도 있어.”

“나이트는 수당을 주니까.”


그 와중에 친구가 나한테 말을 건다.


“너는, 다 싫제?”


나는 한마디했다. “팩트폭력이네.”


응, 다 싫어. 난 지쳤어. 데이고, 이브고, 나이트고 나발이고 다 싫어. 난 방전됐어. 그냥, 마음 편히 좀 쉬고 싶어. 내 마음이 병들어가고있는데 이 상태로 환자를 대한다면, 환자에게도 좋지 않을거야. 합리화가 아니라 맞는 말이잖아. 이렇게 돈 벌어봤자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아무리 아픈 사람이 많다지만 하나뿐인 내 인생이 더 중요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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