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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방송인 김제동은 유난히 밥과 연관성이 짙다.

그의 밥 이력을 내가 아는 대로 언급하면 바로 이러하다.


2011년 6월 8일,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학생과 전/의경에게 햄버거를 전달했다.

2012년, 국민일보 파업 노조에게 밥을 쐈다.

2015년, 주진우 기자와 함께 세월호 유족 300명에게 밥 한끼를 대접했다. 그 해 말에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는데,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떡을 돌렸다. 포장에 적혀 있는 글귀가 매우 인상적이다.


함께 뭐 좀 먹어요.
먹고. 먹여주고.
그래요. 그게 잘 사는거죠.
우리 잘 살고 있어요.

김제동 두 손 모음

김제동에게 밥이란 함께 더 잘 살기 위한 매개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강철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마음이 매우 외로울 것이다. 이 때 따뜻한 밥 한끼는 상당히 힘이 된다.


나에게도 어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어제 데이는 덜 바빴다. 그래도 정신없이 일을 했다. 바이탈을 하러 가다가 어느 할머니 차례가 됐다. 식판에 죽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양 손에 억제대를 하고 있던지라 밥을 먹여드릴 누군가가 필요했다. 바이탈을 하면서 죽 한숟가락을 먹여드렸다. 바빠서 계속 먹여드리지는 못하고 시간날때마다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의 한마디.


“니도 먹어.”


내가 들은 게 그게 맞나 싶어서 한번 더 물어보니 맞다고 하신다.


“할머니 지금 제 생각해주시는거예요?”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종일 누워계시는 할머니 앞에 얼쩡얼쩡거리는 내가 신경쓰였나보다. ‘니도 먹으라’는 말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나에게 조그마한 관심을 표출이 아닐까. 어쩌면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말이다. 하지만 문득 ‘할머니도 김제동의 말처럼 함께 잘 살기 위한 방법으로 나에게 한마디 하셨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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