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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중환자실 베드는 병동 침대 보다 몇 배는 크고 무겁다. 이 병원만 그런건지, 다른 데도 그런 지는 잘 모르겠다. 거기까진 관심 없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인생) 거기다가 산소통을 메달고, 기계를 적용한 수액이 주렁주렁 들어가면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다리가 내 팔보다 얇은 분이면 그나마 수월하지만 100kg 정도 나가는 사람이면 노답이다.


사실 이런 일을 하는 내 운명을 탓해야하는데, 괜히 환자 탓만 한다. 왜 이리 무거워서는.. 따위의 비인간적인 생각. 당신 때문에 내가 힘들어지잖아, 라는 근시안적인 생각. 점점 내가 쓰레기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인력이 없으면 혼자서 할 수밖에. 한숨 푹푹 쉬어가며 낑낑 끌었다. 다들 나를 곡예사처럼 바라본다. 그럴 법도 하지. 나도 일하는 게 아니면 이런 무모한 짓은 절대 안 한다. 다섯명 중에서 두명은 나를 도와주신다. 그럴때마다 나 혼자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신세지는 것도 이기적인 짓 같기 때문이다.


 신규 시절부터 해왔던 일이 이거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엔 내가 사람 대접은 받고 일하는건지 의문이 든다. 


나도 행복한 글을 쓰고 싶은데 이 상황에서 누가 그런 기분일 수 있을까? 받고, 나는 순간순간에 드는 감정을 글로 적을 뿐이다. 이런 짜잘짜잘한 기록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보면 간호역사가 될 수도 있다는 원대한 생각 하나로 자판을 두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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