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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할아버지의 죽음

정신없이 일을 쳐내고 있는데 동생한테 카톡이 왔다. 취업했다는 말과 동시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것 같다는 내용이였다.


나는 여러번 떨어졌는데 얘는 한번만에 붙었네. 학점도 바닥이면서. 운 좋은 자식. 어쨌든 축하한다 따위의 생각만 하고 할아버지 소식은 그냥 넘겼다. 잔병치레겠거니. 할아버지는 그렇게 쉽게 돌아가시지 않겠거니 하면서.


난 아무렇지 않게 일 마치고 회식을 갔다. 밥 두그릇 뚝딱 비우고 사이다랑 맥주도 홀랑 마시고 건배 원샷도 하고 소고기 대짜 시켜서 잘 굽고 있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카톡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르신 돌아가셨으니 얼른 오시라는 전화를 수없이 했는데 이젠 내가 보호자 입장이다. 그냥 눈물만 난다. 할아버지 오래 사셔서 덜 슬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신호 대기중인 버스가 야속하기만 하다.


나는 지금 요양병원으로 가고 있다. 아버지 대신 나를 데려가라는 보호자의 오열을 들은체 만체했던 지난 날을 반성하며.





이럴줄 알았으면 추석때 병문안 갈걸. 공부한다는 핑계로 왜 가지 않았을까. 왜 그랬을까.. 있을때 잘할걸 왜 항상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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