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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로컬은 꿀이 아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어제 글을 적었다면 분노가 점철된 내용만 가득할 것 같아 하룻동안 참다 글을 쓴다.


혈관이 무진장 없는 할머니 한분이 수액을 맞으러 왔다. 그나마 주사를 놓을만한 혈관 하나는 피검사를 하느라 임상병리사가 건든 상황이였다. 말초에 혈관이 있긴 하지만 금방 터질 법한 상태였다.


결론만 말하자면, 3번 만에 iv를 성공했다. 2번째 fail했을 때, 보호자는 나에게 노발대발했다. 해명할 그 어떤 이유도 찾지 못하겠어서 그저 죄송하다는 말로 상황을 무마했다.


3번째 iv를 놓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사람 죽인다며. 사람 바꿔달라며.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주사 잘 들어가요!"라고 소리쳤다. 잘 들어가는걸 어째.


보호자는 나에게 "주사 놓는 법 좀 더 배우고 일하쇼."라며 씩씩거렸다.


로컬은 꿀이라 생각했지만, 결코 아니였다. 여기는 환자 많기로 소문난 곳인지라 그만둘까, 그냥 공부만 할까, 수십번 갈등했다. 이곳에서도 수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이런 말은 처음 들었다. 정말이지 모욕적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어르신 혈관이 안좋다고 말해봤자 화만 부추기는 꼴이다.

결론은, 로컬엔 중환자실에 있던 환자보다 혈관이 안 좋은 사람도 무진장 많다. 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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