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짜 독백
오늘 새벽 다섯시 삼십분 전에, ventilator 하고 있는 환자의 mouth care을 하면서.
"아저씨."
"제 말 알아들으셨으면 눈 깜빡 해보세요."
(눈 깜빡)
"이제부터 입 깨끗하게 해드리고 반창고도 새로 붙여드릴게요."
(고개 끄덕)
"많이 힘드시죠? 손도 묶여서 혼자 독방에 있고. 심심하시겠다."
(고개 끄덕)
"그래도, 아저씨가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불편하다고 입에 있는 중요한 관(e tube)을 뺄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초록색 끈으로 묶어놓은 거에요. 이해하시죠?"
(고개 끄덕)
"힘드시겠지만 나는 낫는다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눈 감으면서 나는 낫는다, 좋아진다 생각하면 진짜 좋아진대요. 제가 요즘 책을 보는데 거기서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될 일도 안 된다 카데요. 제 말 맞죠?"
(고개 끄덕)
"저는 원래 엄청 부정적이였어요. (사족: 부정적이'였'던 건 아니고, 점점 고쳐가고 있는 중입니다.) 일이 하도 힘들어서 대놓고 울고불고 한 적도 있었는데 이건 제 스스로에게도 정말 안 좋더라고요. 이왕 이렇게 지내야 할 바에야 마음가짐을 좋게 먹으면 그래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저 뿐만 아니라 환자한테도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말해본거예요. 안된다고 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기분 좋잖아요. 그쵸?"
(끄덕끄덕)
"좋게 생각하는 만큼 인공호흡기도 빨리 뗄 수 있을거에요. 얼른 나을거에요."
(끄덕끄덕)
"아저씨, 다 됐어요. 조금만 고생해요. 조금있다가 다시 올게요. 쉬세요."
(끄덕끄덕)
수많은 날을 울고불고 발버둥치며 깨달은 것 하나. 주어진 상황을 바꾸기 힘들다면 내가 바뀌는 것이 낫다는 것.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라면 하는 김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채우면 그나마 마음이 가볍다. 일이 늦어진다며 주변 환경을 탓하고 욕하기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면 그게 나에게도 득이다.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돼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건 정말 독백이야, 독백. 아저씨는 고개만 끄덕이고 나 혼자만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