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생각하다

자살에 관한 내 생각

응급실, 중환자실


많이 몸 담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부서에서 조금이라도 일하면 수많은 자살시도자를 마주합니다. 어떤 방법인지 묻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자살방법에 대해 알게됩니다. 보호자의 절규, 누워있는 환자... 그런 장면을 보니 저도 생각이 많아집니다. 한편으론 숙연해지기도 하고요.


응급실에선 어떤 자살 환자가 올까요? 

대충 이렇습니다.


1. 자살 시도한 당사자가 자기 의지로 병원을 찾는다

2. 119나 보호자 등.. 에게 발견된다

3. 드물긴 하지만 거의 100% 치사량을 자랑하는 극한 방법으로 자살 시도한 사람이 죽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방법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딱 한번 봤습니다. 폐가 섬유화 되어 고통스럽게 죽어 간다 합니다. 지금 그 방법을 찾으려고 제 페이지에 온 거라면 생각 잘못하셨습니다. 그냥 억지로 살아갑시다. 제가 보니 살아가는 고통보다 그 방법을 쓰는 고통이 더 큽니다.

4. 자살 후 죽어서 발견된 상태로 실려온다 -> 이럴 때는 응급실에 실려와서 사망 선언 후 장례식장으로 인계됩니다


응급실에선 이 환자를 당장 처치하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그리고 경한 방법으로 자살 시도한 사람 또는 자살하고 싶다고 오는 사람들도 응급실 선에서 거릅니다. 응급실 선에서 간단히 처치하고 보내는 거죠. 우울하다 싶은 사람한텐 정신과 교수의 컨설트를 받고요. 응급실에 왜 그런 사람이 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럽디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생각을 하니까요.


중환자실에선 응급실에서 처치된 사람이 지속적인 감시의 목적으로 실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동맥을 그은 사람들, 복부를 찌른 사람들이 수술을 하고 나서 실려가는 것도 중환자실입니다.


일단 응급실은 난장판이지만, 중환자실에선 나름 정리된 상태로 옵니다.


나는 0에서 50까지라도 신속히 만들 능력이 있다면 응급실을, 50인 사람을 0으로 안 가게끔 지속적으로 관찰할 능력이 있다면 중환자실을 선택하면 됩니다. 갑자기 말이 이런데로 돌아갔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닌데..


여하튼 제가 인생을 많이 살아보진 않았지만, 간호사 십 년 차 이십 년 차씩 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오감으로 겪은 대로만 말하자면요...


결론: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안 아프게 자살하는 방법은 없다


입니다.


그리고 또 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의 자살시도자는 본인들이 자살시도를 하면 무조건 죽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 목숨 상상 이상으로 질깁니다.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려도 바로 안 죽을 수도 있어요. 그건 생각 안 해보더라고요.


물론 죽고 싶은 마음이 크면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자살시도를 하다 살아나면요? 영구적인 장애를 안고 더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지 멀쩡하게 살아도 우울해서 죽고 싶은데 불구가 된다면요? 불구가 된 몸으로 자살시도조차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요? 자살 시도해서 실패하면 그게 더 고통스럽다고 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살시도조차 못하겠더라고요. 겁 주는 게 아니라 제가 실제로 봤습니다.


자살도 성공해야 되는 겁니다. 인터넷 뉴스에 그런 기사만 나오니까 나도 되겠지 하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에요..


이런 얘기는 아무도 안 하죠. 사실 저 아니면 못할 얘기 같기도 하고요. 저도 죽고 싶다는 생각 많이 해봤는데 수많은 케이스를 보니 그냥 이 우울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 글을 보고 새로운 시선이라면서, 죽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그 생각을 접었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 역시 있었습니다.


죽지 마라! 죽으면 지옥 간다!

죽을 생각에 다시 한번 더 생각하세요!

자살 사이트 무조건 방지!! 금지!!

이딴 말 싫습니다. 탁상공론 같아서요.

그래도 죽을 사람은 죽습니다.


그냥 차라리..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말할 수 있고, 말을 들어줄 수 있고.. 그런 것만 있어도 자살률은 줄어들 것 같은데요.

정신과 기록에 남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어디 상담받을 여유가 없고.. 그런 사람도 많은데... 그런 사람을 위한 정책도 마련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상한데 돈 쏟아붓지 말고요.

작가의 이전글 생각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