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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위내시경-만성 위축성 위염

중환자실에서 일했을 적부터 간헐적으로 속 쓰림 증상이 있었다. 그게 최근에 더 심해져서 상당히 불안했다. 오늘 드디어 쉬는 날이라 위내시경을 하러 갔다.


전화로 예약해서 간략하게 안내를 들었었다.

병원 말대로 어제 오후 6시부터 금식했다.

금식이란, 물 포함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아침 10시. 이미 환자로 복작이고 있었다. 아침부터 내시경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속옷을 탈의하고 병원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 나서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팔에 라인도 잡았다. 엄청 긴장됐다. 위암이면 어쩌지. 이러면서.. (이상한 걱정을 잘한다)


그리고는 지시에 따라 침을 마르게 해주는 약인 가소콜 한팩을 마셨다. 달달한 게 아이 물약 같았다.


내 이름을 호명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시경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잠깐 고개를 하늘로 보고 누워있으라 했다. 입을 벌리면 약이 들어갈 거라 했다. 입을 벌리니 끈적거리는 약이 들어갔다. 삼키지 말고 물고 있으랬다.


내시경실은 너무나 바빴다. 근데 간호사님은 왜 나한테 약을 삼키라고 말씀을 안 하시지? 설마 바빠서 까먹으셨나? 내가 먼저 말을 해야 하나?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약을 삼키라는 지시를 들었다. 바로 삼켰는데 입안이 얼얼했다. 혀에 감각이 없었다.


고개를 바깥쪽으로 돌리고, 새우 자세를 취하라고 했다. 나보고 고개를 들라했다. 내 밑에는 조그마한 수건이 깔려있었고, 입에는 에어웨이가 물렸다.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에는 산소포화도 감지기가 적용됐다. 삐- 삐- 소리가 들렸다. 남에게 해줬음 해줬지 이걸 내가 달고 있으니 낯설었다.


내 앞에서 의사로 보이는 분이 주변을 서성이고 계셨다. 그 장면을 보는 간호사는 “원장님, 환자분 더 계세요.”라고 말했다. “아? 그래?”하며 나한테 다가왔다. 나를 빼먹고 나가시려고 하다니요!


간호사는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인가.. 덜덜. 트레이에 포폴이 보인다. 저게 내 혈관에 들어가겠지. 나 못 깨어나면 어쩌지. 무서워 죽겠다. 내시경 하다 헛소리하면 어쩌지. 별의 별생각이 들었다.


포폴이 들어가는데 속이 메스꺼웠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서서히 잠들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떴는데 얼굴 밑에 수건과 입에 물려있는 에어웨이는 보이지도 않았다. 근데 배가 아팠다. 하기사. 그 굵은 게 왔다 갔다 했으니 안 아플 리가 있나. 혹시 천공인가? 이런 막장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회복실에 눕혀있었고.. 정신을 차려서 카운터로 가니 옷을 갈아입으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배 아파하니 옆에 다른 아주머니께서 나는 멀쩡한데 아가씨가 예민한가 보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예민한 체질인가요? 나만 배가 아픈가요.. 여하튼 옷을 갈아입고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러 갔다. 용종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위가 멀쩡.... 한 게 아니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이에요. 매운 거 짠 거 술 커피 줄이고 과식 줄이고.. (이걸 내가 스마트폰에 입력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민망했던지 안 적어도 돼요. 뻔한 말이죠? 하며 허허 웃으셨다.


간호사 일 하면서 식습관이 불규칙한 것이 제일 컸던듯하다. 순간 중환자실에서 일했던 게 생각났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10% 일 경우에는 10여 년에 걸쳐서 서서히 위암으로 번진다고 했다.


그럼 전 몇 년마다 검진하면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니 1-2년마다 하면 된다고 하셨다.


앞으로 일 년마다 위내시경을 할 계획이다. 나중에 시간 나면 대장내시경도 해야지.


이제 야식은 그만 먹고, 자극적인 음식도 줄여야겠다. 돈 들더라도 젊을 때부터 건강을 지켜야겠다고 다시 한번 느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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