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다

off

삼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는 이런 류의 글에 공감할 수 없다. 특히 월요일인 오늘 off(쉬는 날)인 나에게는 '절대로'동의할 수 없는 명제이다. 남들 쉬는 날에 일하고, 남들 일하는 날에 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신세를 비관해서 "하, 이래서 공무원이 최고야.",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할 걸.", "에잇, 다 때려치우고 세계여행이나 다닐까." 혼자서 구시렁구시렁 거리 곤 했다.


하지만 나는 학창 시절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고, 공무원 시험을 칠 확고한 의지가 부족하고, 현재의 상황으로는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갈 만한 용기 역시 없다.


실천하지도 않을 거면서(혹은 도전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에 대해 갈망을 하는 짓은 스스로를 좀먹는 행위이다. 내가 부러워하는 그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니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런 생각을 계속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상황에 대한 장점부터 생각하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 이런 말까지 나온 김에, 월요일에 쉬는 직장의 좋은 점을 나름대로 찾아보기로 했다. 대학 시절 '논리와 논술' 과목의 과제로 하루에 한 줄 감사일기를 썼었는데, 그것을 다시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선, 평일 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마트에서 여유롭게 장을 볼 수도 있고, 도서관에서 더욱 조용한 환경에서 책을 빌릴 수도 있다. 월요 시장에서 시간의 구애 없이 마음 놓고 물건을 구경할 수도 있고, 깜빡했던 택배 업무나 은행 볼일도 볼 수 있다. 오프가 더 있다면 월화수 걸쳐서 여행을 가는 것도 가능하다. 평일은 비수기라서 주말보다는 좋은 숙소를 쉽고 싸게 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에는 이불 안에서 과일을 먹으며 책 한 글자 더 보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혹은 그동안 적어두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을 읽어서 머릿속에 상기시키는 것도 나름대로의 기쁨이다.


나는 책을 보면서 좋은 구절은 메모장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5년 전, 학생 간호사 시절에 적어두었던 조그마한 노트가 내 책상 위에 놓여있으니 말이다.


급하게 적었던지라 글씨가 상당히 지렁이 굴러가는 듯한 st..인데 실제로는 저렇지 않다. 나름 서기 출신인데.. (내 입으로 저런 말을 하니 부끄럽긴 하네)

이렇게 또 다른 내 취미를 공개한 김에 당시에 적어두었던 한 구절을 공유하고자 한다.


당신의 미래는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로 결정됩니다. 지금까지의 당신의 과거가 지금 현재의 당신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미래를 만드는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입니다.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서 미래의 당신을 만드는 것이지요. 내일의 당신도, 내년의 당신도, 10년 후의 당신조차도 지금의 당신과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늘 '미래는 지금입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십 년 뒤에 내 모습은 어떨까? '미래는 지금이다'는 명언에 나를 비춰보면,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지금처럼 시간을 쪼개 글을 남길 것 같다. 시간이 지난 만큼 일적으로 실력이 향상되어있을 것이고,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일을 할 듯싶다.


쉬는 날이 좋은 이유를 말하다가 글이 여기까지 흘렀는데, 사실 휴일은 휴일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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