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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태움에 대한 나의 생각

어떤 이상한 글에 하나하나 반박해보겠다

 오래전에 본 글입니다. 보고 나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한글자 한글자 반박하고 싶었는데 어떤 식으로 말할까 고민만 하다가 거의 일년이 다 돼가네요.


후련하기만 할뿐
뒷 듀티번들에게 미안하진 않나요?
사회생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건 아니신지요?
실수해도 그래 잘했다며 떠받들어주고 모든걸 다 이해해주길 바라나요?
손님이세요?


-> 누가 날 좀 죽여달라는 글이 올라오면 댓글로 ‘이미 지옥에 있는데 왜 또 지옥을 찾으시는지.’ 가 답변이라고 올라오는 현실입니다. 살고 죽고가 달렸는데 뒷 듀티번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요?


사실 공장 다닐 때 한 타임 일하고 도망친 사람 정말 많이 봤습니다. 그 사람들은 살기 위해 나간 게 아니라 일이 힘들어서 나간거죠. 하지만 간호계는 이게 아니잖습니까. 죽고 싶다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건 간호계 자체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럼 애초에 안바쁘고 중증도 낮은 작은병원으로 가셔서 대접받으셨어야죠


-> 그런 논리면 중증도 높은 큰 병원은 반드시 바빠야만 하고 뭐같은 대접 받아야 하는 곳인가요? 인력개선을 해야죠, 인력개선을. 윗사람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애먼 신규만 잡아먹는 노예근성의 표본 같네요.


쓸모없이 태우는 간호사들
사직서를 받지도않는 윗선들
저도 참 답이없다생각하지만
본인이 배워야할 부분을 제대로 공부해오지도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으려하고,
무조건 선배에게 혼났다며
자존심상한다는 이유로 무단사직.
사소한 실수라도 했을때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위해서
잘못한부분으로 잠깐 꾸짖었다고
다음날 잠수. 너무 책임감이 없으시네요


-> 쓸모 없이 태운다고 인정하셨네요. 알면 고치세요. 사직하기로 결심한 간호사는 정말 많이 고민했을겁니다. 3~4년 뼈빠지게 공부하고, 실습하고, 국가고시를 쳤어요. 병원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그만둔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요?


단지 선배한테 안 좋은 말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퇴사했을까요? 정말 근시안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시네요. ‘안 좋은 말’도 정도가 있죠. 사람들 다 보는데서 환자들 깜짝 놀라게 소리지르고, 다른 간호사들 보는데서 등짝 후려치고, 같은 간호사가 ‘씨발년’ 이라고 욕하는데 어느 누가 견뎌요? 거기다가 의사며 환자, 보호자 갑질까지 견뎌야 하는데. 없던 병이 생기겠어요.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뭐라하는데 신규간호사가 뭘 알아요. 자기 한명 케어하기도 힘들어요. 거기다가 다그칠수록 머릿속엔 아무것도 안 들어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터득되는데 그걸 못 기다리고 먼저 갈구기만 하면 잘도 견디겠네요.


물론 메뉴얼까지 다 제공했는데 제대로 모르면 답답하겠죠. 저도 프리셉티 혼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했는데 이렇게 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 완곡하게 말할 수도 있잖아요. 오만 인상 다 쓰면서 너랑 일 못하겠다며 비수 꽂힌 말 하고, 조리돌림하면 어느 누가 그곳에서 일하고 싶겠나요.

구인사이트에 간호사를찾는글이 많으니 그래 여기아니면 일할곳이 없나 싶으신가요?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어딜가든 못버티고 또 뛰쳐나올겁니다 장담할게요


-> 어딜 가든 버티는 사람 많아요. 제 글을 보는 누군가는 원문을 보고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울며 퇴사할 때 너는 임상이랑 안 맞는다는 막말 들었는데 그거 다 자기 분에 못 이겨서 하는 말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료인이라고 배우셨을겁니다
졸업을 하고 병원의 한 일원으로 소속된 이상
본인이 맡은바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환자를 대하는 일입니다.
학부때 1등했던 학생이 와도 다시배우고 익혀야할게 넘치는곳이 병원입니다.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면,
적어도 죽이되든 밥이되든 열심히 배워보려는 노력과 내 환자에 대한 책임감정도는 가져야하진 않을까요?
기본아닌가요?
교수님들이 그렇게 가르치시진 않으셨나요?

우리병동은 팀간호이고
오늘 이브닝번 신규가 잠수를 타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간호사니까 이 사이트는 아시겠죠
한번쯤은 볼것같아 이 글을씁니다.

본인이 그만둬도 지장이없을때 사직을 하시던지,
그것도 싫으면 그냥 출근3시간전이라도 문자를 주시던지,
최소한 다른사람들에게 피해주는 행동은 하지마세요
시간을 주세요. 공백에 대처할 시간을요.

우리병동 신규처럼 저런식으로 무단사직하신분들은
여기 안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신규는 지금쯤
한번사는 내 인생이니까 내맘대로하겠다 하며 합리화중일텐데
양심적으로 돌아볼 기회가 생겼음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을 쓴 분은 같이 일하는 동료는 사람취급도 안해줬을 것 같습니다. 그래놓고 환자 앞에서는 천사마냥 굴었겠죠. 훤히 보입니다. 주변 사람 제대로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이 무슨 환자를 보겠다고 그러는지. 뭘 잘했다고 이런 글이나 남기는지. 앞에서부터 학교, 교수 운운하는데 본인이야말로 간호관리학 안 배웠나요? 동료를 대하는 방법 거기 다 나와있을텐데 말입니다.


저는 무단 퇴사 옹호론자는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일이 생기기까지의 과정은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그저 ‘무단퇴사’ 해서 내 일이 더 많아졌다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한 사람을 그저 까내리는 그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입니다. 남아 있는 본인은 ‘나는 잘 버티고 있다’고 위로하겠죠.


무단퇴사한 그 사람에게 어느 누구 한명이라도 인간적으로 대우해줬다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글 쓴 본인이야말로 양심적으로 돌아봤으면 좋겠네요. ‘내가 신규를 오죽 갈궜으면 이런식으로 나갔을까.’ 한번쯤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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