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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티비와 현실의 간극

 학부 시절, 국시 막 끝나고 한창 놀 때, 웨이팅 기간에는 의학 다큐를 핸드폰에 불날 정도로 봤다. 어느 부서에 일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이걸 보면 조금이나마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막상 일을 하며 생각해보니 딱히 얻은 것은 없었다. 물론 병원 내부 환경이 어떤지 분위기 파악은 할 수 있었다. 또한, 사고가 난 환자가 안타깝고, 거기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이 대단하다는 느낀점도 얻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메마른 감성을 채우는 수단으로 챙겨본 느낌이라 상당히 죄송스럽다.


 제 3자의 입장으로 관전하는 것과 현실의 간극은 어마어마했다.




 시간이 흘렀고, 임상간호사로 일한 지 2년이 지났다. 퇴근 후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이끌고 익숙한 소리가 나는 곳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니 어머니께서 의학 다큐를 보고 계셨다. 모니터 알람 소리에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소리를 조금만 줄여달라고 말했다.


 이제는 의학 다큐를 일부러 피한다. 일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큐를 보면 나도 모르게 간호사 1이 된 느낌이다. 횡설수설하는 환자에게 딱 잘라서 안된다고 말하는 간호사의 모습에 싸가지없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다. 오히려 내가 그랬으면 더 그랬지.


오늘도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생지옥에 뛰어드는 느낌이지만 정해진 일이기에 나는 가야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절대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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