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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이런저런

2015년 11월, 임상간호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들었던 생각이지만 이 직업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큰 왕관인 것 같다.


빙산의 일각처럼, 간호사라는 직업은 연차가 쌓여도 모르는 것 투성이에, 용기 내서 윗년차 선생님께 여쭈어보면 이것도 모르냐고 혼나고, 혼날까 봐 안 물어보고 하면 안 물어보고 했다고 혼나고. 억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찍 출근해서 환자 파악을 하려 해도 이벤트가 생긴 이전 근무자를 도와줘야 하기에 내 시간이 없다. 능력에 비해 주어진 일이 너무 많아서 요즘에는 오버타임만 두세 시간 한다. 액팅 하면서 차지하기 너무 힘들다. 그러다가 자고 일어나면 또 출근. 이게 사는 것일까? 내 시간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오프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래, 다 핑계겠지. 내가 일을 하기 싫으니 이런 생각만 하는 것이겠지.


돈 많은 사람들이 부럽다. 일 안 하고 하루 종일 놀기만 해도 돈이 남아돌 것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해 돈을 번다. 더 솔직히 말해볼까? 신체 건강하고 부모님 돈으로 대학까지 나온 내가 이 나이에 백수로 지내면 부모님께 민폐 끼치는 것 같아서 힘들어도 꾹 참고 돈을 버는 것이다.


이런 나를 보다가 자기 하고 싶은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참 대단한 것 같다. 나는 그럴 용기가 없는데. 그저 불평하다가도, 이걸 그만두면 뭐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하다 이내 현실에 안주해버리는데.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솔직히 글 쓰는 것으로 먹고살고 싶다.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보면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글쓰기와 간호를 접목시켜 글을 쓰려해도 내 경력이 짧아서 얼마나 좋은 글감이 나올지 의문이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아이고 머리야.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먹고살아야 하나?

어떤 길을 가야 먼 훗날의 나에게 당당해질 수 있을까?

하루하루 이렇게 사는 건 정말이지 우울한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을 더 건설적으로 보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다는 증거겠지? 좋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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