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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어주는 노래

체리필터 - 오리날다

나는 꿈을 꾸었죠
네모난 달이 떴죠
하늘위로 올라가
달에게 말을했죠

늦은밤 잠에서 깨어
날개를 흔들었죠
오리는 날수없다
엄마에게 혼났죠


간호사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목]
버틸수있는 말, 버텨야하는 이유 공유해봐요

[내용]
지치고 힘들때 적어놓고 최소한 그 날 하루라도 견딜수 있을만한 말이나 견뎌야하는 이유들 적어놓고 공유할까요?

언제든지 볼 수 있게.. ㅎㅎ
어떤 말이든 다 좋아요
어딜가도 이쁨받을 사랑스러운 너야
밥 잘챙겨먹고,한번 웃고, 울더라도 너자신을 너마저 작아지게 만들지 말자. 정말 잘하고 있는거야

대한민국 간호사들 화이팅 입니다..!


사실 꽃길만 걷자, 잘 하고 있다, 와 같은 자존감 올리는 예쁜 말은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또한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도서관에 가서 조금만 발품을 팔아도 천 페이지가 넘는 명언집을 빌려볼 수 있다. 당장 인터넷에서 '스티븐 잡스의 명언'만 검색해도 기다렸다는듯이 멋진 말들이 나온다. 내 마음의 곳간을 채워줄 예쁜 말들이 다 나와있다.


그런데 나는 그 어떤 예쁜 수식어를 써서 말을 꾸며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일을 버티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한마디 말할 겸, 자조적인 댓글 하나를 달았다.


2년 버텨서 교수 하면 상근직에 방학도 있고 명예도 얻고 굿굿ㅇㅇ 퇴직하면 사학연금받으며 살 수 있음


솔직히 터무니없고 웃긴 말이다. 교수님도 교수님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 병원 임원들에게 내 학생들 취업시켜달라고 인사도 해야하고, 학교 안에서도 파벌이 존재하기에 현명한 방법으로 자신의 몫을 지켜나가야 할 터이고. 그 와중에 수업준비도 해야하고, 방학때 마냥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어쨌든 별 생각 없이 적은 댓글인데 답변 하나가 달렸다.


교수 누가 시켜주나요?ㅎㅎ 그럼 다 교수 하게요 ㅠ


오, 팩트폭력. 이 사람 상당히 세다. 오리는 날 수 없다고 엄마한테 혼난 기분이다.


그나마 교수라는 직업을 들먹여서 천만 다행이다. 어차피 내 꿈은 교수가 아니기에 마음속에 타격은 전혀 받지 않았다. 만일, 내가 저 댓글에 작가가 되고 싶다고 적었는데 저런 댓글이 달렸다면 내 마음속에 빼낼 수 없는 비수가 크게 꽂혔을 것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이 분이랑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나한테 안 좋은 글을 남겨서 항의하고 싶다기보다는, 이 사람한테 내 인생고민을 말하면 시원한 돌직구로 다다다다 말해줄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댓글 반대만 3개 먹었다. 내가 하나 누른 건 안 비밀^^ 상처받지는 않았지만 내 기분이 안 좋았기에, 옛다 반대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듯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호(?)해주길 시작했다. '교수가 꿈이면 그렇게 버틸 수도 있죠.', '말이 심한 거 아닌가요?'와 같은..


이 자리를 빌어서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해명도 하고 싶다.


'제 꿈은 대학교수가 아니에요. 만일 제가 언젠가 도전해서(?) 시켜만 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뿐이지만, 교수는 아무나 하나요? 하하하!'


이제는 하늘로 날아갈래요
하늘위 떠있는 멋진 달되고 싶어

날아올라 저 하늘 멋진 달이 될래요
깊은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거야

날아올라 밤하늘 가득 안고 싶어요
이렇게 멋진 날개를 펴꿈을 꾸어요
난 날아올라


'아무나....'


사실 저는 '아무나'가 아니에요. 병원에서는 갑을병정의 '정'으로, 환자한테 맞고 꼬집혀도 화 한마디 내지 못하며 혼자서 숨죽여 우는 인생이지만, 어쨌든 제 몫의 일은 어떻게든 해내고 있어요.


일에 우울해하는 큰딸이지만 그래도, 나름,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살고 있어요. 집에서는 부모님의 귀한 딸이에요.


저 나름대로 덕질도 충실히 하고 있고요,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지내고 있어요. 여기서는 작가님이라는 정말 과분한 호칭을 받으면서 지내고 있고요. 적어보니 정말 별 거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많은 일들을 벌여가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오리가 교수라는 꿈을 가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물론 제 얘기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이렇게 버텨가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저런 말은 자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해명은 여기까지 할게요.


나는 꿈을 꾸었죠
달님이 말을 했죠
어서 위로 올라와
나와 함께 놀자고

늦은밤 잠에서 깨어
날개를 흔들었죠
엄마도 날수없다
오늘도 혼이났죠

이제는 하늘로 날아갈래요
하늘위 떠있는 멋진 달되고 싶어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봤다. 조앤 롤링은 12군데의 출판사에 원고를 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는 류의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 글귀였다.


세 글자 요약? '힘내자'


그래, 조앤 롤링도 처음에는 오리 같은 사람이였지만 하늘 위에 떠오르는 달이 되고 싶었겠지. 꿈을 향해 미혼모로 아이들을 키워내고, 그 와중에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틈틈이 소설을 써왔겠지. 그는 나보다 수도 없이 오리는 날 수 없다는 말을 들어왔겠지.


나야 내 한몸만 잘 건사하면 되는 사람이지만 그는 아이까지 있는 몸이였으니 얼마나 더 막막했을까?



날아올라 저 하늘 멋진 달이 될래요
깊은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거야

날아올라 밤하늘 가득 안고 싶어요
이렇게 멋진 날개를 펴
꿈을 꾸어요 난 날아올라

날아올라 날아올라 저 하늘로
깊은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거야

날아올라 날아올라 날아올라 저 하늘로
이제는 날개를 활짝펴고 날아갈거야

날아올라 저 하늘 멋진 달이 될래요
깊은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거야

날아올라 밤하늘 가득 안고 싶어요
이렇게 멋진 날개를 펴
꿈을 꾸어요 난 날아올라


사실 실패와 성공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그래서 세상 사는 게 더욱 흥미진진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정말 마음가는대로 글을 쓰는지라 이번 글은 다른 글보다 더더욱 논지전개에 어긋날 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페이지를 통해서 한 마디 말하고 싶었다.


오리도 대학교수가 될 수 있다!!
청둥오리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위대하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내 마음대로 안 되겠지만, 꿈을 꾸는 것은 내 자유의지다! 그러니 자존감 짓밟는 말들 그만하시길!


이번 글은 정말 엉망이다.

기분 좋은 날에 다시 들어와서 수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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