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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일

우리가 흔하게 지나치는 것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것일 수 있음을

그렇게 환자분은 내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우리에게 소소하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상이 그분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간절하다는 것을 이 곳에서 일하면서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하루빨리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란다. (물론 중환자실인지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슬픈 현실.)


나는 내일도 이 환자분에게 시간과 날씨를 알려드릴 것이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로 그분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붙들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것 역시 간호의 일부 아닐까?



발로 그린 그림 죄송합니다. 그림 실력 키우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제 목에 걸었던 것은 청진기와 혈압계입니다. 수시로 혈압이 떨어지는 분은 수동 혈압계(병원에서는 매뉴얼로 바이탈 해줘,라고 말하지요)로 혈압을 측정해야 하기에 애초부터 제가 목도리처럼 두르고 이곳저곳을 누빕니다. 제가 혈압계는 잘 못 그리겠어서 생략했어요ㅠ_ㅠ 추후에 연습하는 것으로.


그리고 간호사는 바지!!! 바지를 입습니다!!! 치마를 입지 않습니다!!!!! 제가 그림을 쉽게 그리려고 막 그리다가 자칫 치마로 오해할법하게 그렸더군요. 바지로 수정한 게 참 어설프네요. 사과드립니다.


저는 흰 양말에 슬리퍼를 신었습니다. 답답한 간호화를 안 신어도 되는 건 특수부서라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환자분 입에 있는 기관 내관은 인공호흡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sedation 약은 이제 쓰지 않아 눈을 뜬 채로  obey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무척 고통스럽지요.. 제가 질문을 하면 환자분께서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대화하곤 합니다.


쇄골하에는 c라인이 있어서 많은 약을 대량으로 주입이 가능합니다. 보다시피 약을 주렁주렁 달고 있지요. 아마도 기관 내관을 self로 빼면 산소 수치가 확 떨어질 겁니다. 무의식적으로 c라인을 잡아 뜯을 지고 모르고요. 답답해서 밖에 나가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보호자 동의를 받고 나서 억제대를 적용합니다. 꼭 리본으로 묶어야 해요. 그래야 일하기 수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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