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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Aug 11. 2019

무뚝뚝하게 살아남기

습관처럼 붙이는 느낌표가 싫어져서.

언젠가부터 모든 문장에 느낌표를 두 개 이상 붙이는 습관이 생겼다. 그저 '네'라든가 혹은 '알겠습니다'가 아니라 '네!!ㅎㅎㅎ' '확인할게요!!ㅎㅎㅎ"처럼 느낌표를 여러 개 더해야 안심이 됐다. 또 이따금 약간 가까운 직장동료와 카카오톡을 해야 할 경우에는 말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이모티콘을 덧붙이곤 했다. 카카오톡에서 나는 자주 휘적거리며 춤을 추는 곰돌이가 되거나, 사정없이 하트를 날리는 강아지가 되기도 했다. 친밀함의 표시였다. 물론 모니터 앞의 나는 커다란 표정 변화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메신저에서 한껏 끌어올린 감정은 복도에서 직장 동료를 마주할 때도 필요해졌다. 한 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쓰러지듯 왔지만, 혹시라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칠 수 있는 직장 동료를 위해 환한 미소와 약간의 이야깃거리를 비해야만 하는 거다.





사회생활은 도저히 나란 사람과 맞지 않는  같다. 싸늘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나답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고 울적해. 그러던 어느 , 마음을  찌른 문장을 만났다. '당신의 어색한 리액션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과감히 포기하라'. 머리를 띵하고 맞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내가 쓰는 키보드에서 가장 많이 눌러지는 버튼이 느낌표가 아닐까. 아껴 입던 셔츠가 불쑥 낡고 초라한 옷 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매일 낡아버린 느낌표가 싫어졌다.


습관처럼 느낌표를 마구 눌러 놓고서, 잠시 멈춰 쓱 지운다. 그리고 메신저를 보낸다. 상대방이 안 좋은 일 있느냐고 묻지 않을까, 어디 아프냐고 할까, 화를 낼까. 답장이 오기 전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그런데 말이다. 놀랍게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괜찮다. 정말이지 괜찮다. 우리는 조금 무뚝뚝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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