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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un 02. 2019

좋은 취향을 가진 척

'척'은 당신을 갉아먹는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많은지. 온종일 SNS만 들여다본 날이면 어쩐지 좀 울적해진다. 좋을랑 말랑한 애매한 취향은 스스로를 포장하게 한다. 애매한 취향은 애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언뜻 보면 진짜 좋은 취향은 컨디션을 타지 않는 것 같다. 새벽까지 일한 다음 날 입은 헐렁한 티셔츠에서도 나름의 느낌을 뿜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매일 잘 가꾸다가도 잠시 방심하는 순간, 촌스러움이 튀어나온다.




촌스러움을 티 내지 않기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이상하게도 뒷담화다. 말은 참 쉽다. '구린 것을 보고 구리 다하지, 뭐라 하겠소'할 때 내 가치가 슬쩍 올라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적어도 비판하는 순간 나는 쟤보다 나은 거다. 그런데 말이다. 실수를 반복하는 동료 뒤에서 수군거린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나는 내가 비난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절대 하지 않기 위해서 날카로워져야만 한다. 혹은 '내로남불', 나한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각박한 이중적인 인간이 되면 된다. 그렇게 나와 타인의 작은 실수 하나도 웃어넘기지 못하거나 타인의 비합리적임에만 부르르 떠는 이상한 인간이 된다.


강박은 취향을 다듬는 일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자존감에는 최악이다. 자꾸 '척'하다 보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헷갈린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법을 잃어버리는 순간, 당신의 일상은 고단해진다.


요즘 매력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결국 단단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다. 세련된 외모와 스타일, 취향만이 전부는 아니다. 마음속 깊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 촌스러움도 고유한 매력으로 바뀐다. 순수하게 감탄하고, 사랑하며 사는 이의 에너지는 그만큼 강렬하다. 어여쁜 포장이 속에 텅 비어있는 박스 같은 삶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제는 '척'을 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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