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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 Jun 09. 2019

함께는 즐겁고, 혼자는 행복해

기필코 혼자 놀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풍족하게 만든다는 건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친구와 노는 건 너무 신나고, 남자 친구는 매일 보고 싶은 거다. 주중에는 사람들한테 치여 혼자 있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 놓고도 돌아오는 주말에는 약속으로 빽빽하게 채워버린다.


20대인 나의 주말과 30대인 나의 주말은 매우 다르다. 금, 토, 일 모두 약속으로 꽉 채우는 대신 일요일나를 위해 시간을 비운다. 처음 혼자 노는 일요일은 심해 미칠 거 같았다. 오전까지는 멀쩡하게 버티다가 저녁 즈음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곤 했으니깐. 물론 밤이건 낮이건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누가 부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일요일은 오롯하게 내 거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한테  맞는 주말 사용법을 알게 됐다.




나의 일요일은 이렇다. 아침 일찍 일어나 미드 몇 편을 보고, 천천히 아침을 먹는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가서 아무 벤치에 앉아 멍을 때린다. 지루해지면 핸드폰도 보고, 책도 읽는다. 그러다 슬쩍 목이 마르면 카페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늘 같은 자리에 앉는다. 버킷리스트를 뒤적이기도 하고, 영어 책을 두 페이지 보고 포기하기도 한다. 글을 끄적이고, 책을 뒤적인다. 영화를 보다 졸기도 한다. 참 별거 없다. 슬슬 배가 고파지는 5-6시쯤이면 가방을 싸서 나온다. 다시 따릉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차린다. 방청소도 하고 목욕도 한다.


특별하지 않은 나의 일요일에는 '말'이 없다. 커피 시킬 때 빼고 완벽한 침묵에 잠기는 시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갖는 거다. 침묵 후 맞이한 월요일은 나쁘지 않다. 힘을 툭 빼고 보낸 시간 덕에 끔은 회사가 너무 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한 주를 훅 보내고, 다시 마주한 요일은 더없이 달콤하다.


함께는 즐겁고, 혼자는 행복하다. 나 혼자 잘 노는 힘은 언제고 행복의 단단한 밑바침이 된다고 믿는다. 슬쩍 돌아보고, 살짝 멈춰보라. 행복을 목격하기 위해서는 애써 시간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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