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목표를 가지는 일.
온앤오프란 도대체 뭘까. 누군가는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스위치를 툭 끄듯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나누어진다고 한다. 찌질하게도 나는 자는 내내 해야 할 일을 꿈으로 꾸기도 하고, 챙겨해야 할 것들을 쉼 없이 떠올린다. 이따금 일의 프로세스를 확인하는 잠꼬대 내뱉기도 한다.
정신없이 올해의 두 달이 훌쩍 지나갔다. 3월이란 숫자가 생경할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늘어진 겨울의 기운도 슬쩍 사라지고 있다. 쉼 없이 일과 일 사이에서 내가 잘못한 일과 잘한 일을 헤아려본다. 쏟아진 결과를 다시 보고 또 보며 빈 시간마저 낭비하고 있다. 소확행과 워라벨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나 혼자만 쉬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지난한 나의 하루를 아빠에게 털어 놓았더니 아빠는 "나도 그래"라고 하며 자신 역시 침대 위에서 눈을 번쩍 뜨자마자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머리에 떠오른다고 그랬다. ‘집안 내력인 걸까’ 씁쓸함이 불쑥 밀려올 때 아빠는 "네가 잘하고 싶어서 그래"라고 말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너무나 미워하지 말라며.
'스스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이따금 퍽퍽한 일상에 위로가 되어준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 나쁜 마음은 아닐 테니까. 어쩐지 마음을 툭 내려놓고 무해하고 목적이 없는 목표를 가지고 싶어졌다. 유연함을 위해 매일 스트레칭하거나 일과 관계없는 미술과 사진을 깊게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아무런 방향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