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상한 단어다. 단어 자체로는 이상할 것이 없지만 한가지 직업을 특정하는 단어로는 몹시 이상하다. 다른 직업들은 한 분야나 업의 특징을 담고 있다. 하지만 회사원은 다르다.
회사원. 대체 무슨 분야의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한다는 뜻일까? 회사원이 과연 직업을 나타내는 말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건 더 이상하다.
- 장래희망 : 회사원
장래희망이 회사원인 아이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아마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아이겠지.
반쯤 확신하는 어조로 말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그 아이였기 때문이다. 내가 대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해마다 써내라는 장래희망에 지쳤고, 선생님, 약사, 의사, 선생님을 돌아 회사원을 써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초등학생이 생각하는 회사원은 실체가 없는 단순 '이미지'였다. 포멀한 정장을 입고 깔끔한 사무실에 출근했다 퇴근하며 돈을 버는 사람. 스마트하고 당당한 느낌. 그리고 흔하기에 되기 쉬워보이는 존재.
회사원이 꿈이던 아이는 그 꿈을 이뤘다.
나는 그렇게 회사원이 되었다.
그리고 꿈과 현실은 달랐다. 그 꿈같지도 않은 꿈조차도.
회사원이 되었지만 정장을 입고 일하지 않았고, 스마트하지도 당당하지도 않았다. '되기 쉽다'는 건 맞는지 틀린지 모르겠으나 '계속하기'는 분명 쉽지 않았다. 이공계 연구개발직군이던 나는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다녔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했으며 머리보다는 체력과 인내심을 요하는 업무를 많이 했다.
힘이 많이 들었지만 괜찮았다. 뭐든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꿈이 없으니까 아무거나 해. 빨리 취업할 수 있는 과를 가. 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이긴 하지만 이공계가 취업잘된다니까 그냥 가. 전공 아까우니까 전공 살려서 취업해. 취업했으니까 일해. 너무 힘들지만 좋은 회사(?)니까 그냥 버텨.
버틴다.
버티는게 이기는 건 줄 알았던 시절. 버티지 못하면 패배자가 된다고 생각했던 시절. 그 시절을 치열하게 보내다가 문득 무엇을 이기는 것이고 어떤 면에서 패배자인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아무것도 이기고 싶지 않아졌을 무렵 나는 또 한 번 꿈을 이뤘다.
모든 직장인의 꿈, 퇴사.
그렇게 나는 퇴사자가 되었다. 첫 직장에 들어간지 약 11년 지난 어느 날이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