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30분 전.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그날따라 골치 아픈 일거리가 있었고요. 몸속에서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리고 있었죠. '째깍째깍'. 그때 옆자리 동료가 물었어요. "우산 있어요?", "아니요". 눈은 모니터를 보고 입만 대답했어요. 동료는 잠깐 자리를 비웠어요. 돌아와서는 누구 씨 우산 빌려왔다고 건네주더라고요. "..."
모니터만 보고 있던 저는 몰랐지만 밖에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어요. 항상 6시면 후다닥 퇴근하는 저를 옆에서 지켜본 동료는 우산이 없으면 아이 하원 시간이 늦어질까 봐 구해온 거죠. 덕분에 저는 평소처럼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누구 씨가 빌려준 우산 아래 엄마랑 아이는 꼭 붙어서 깔깔대며 집으로 갔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여름날 기분만은 뽀송했어요.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을 보고 있으면 그날의 기억이 몽글몽글 떠올라요. 자꾸만 "우산 있어요?"라고 묻고 싶어 져요. 지금 내게는 우산을 빌려줄 여유가 있고, 우리는 모두 우산이 필요한 사람들이니까요. "우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