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의 하루

아빠(남성) 육아휴직자의 일기

by 노용기

"아빠 오늘 어린이집 안 가면 안돼~요?"

첫 째 딸아이가 달려와 안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그럴까? 우리 오늘 어린이집 가지 말고 뭐하고 놀까?'라고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되겠는걸. 대신 다음 달에 아빠가 언제 어린이집 안 가도 되는지 생각해 볼게."

이번 달은 이미 9박 10일 싱가포르로 가족 여행을 다녀와 더 이상 어린이집을 빠질 수 없었다.


아내는 먼저 식사를 마친 후 아이들과 나에게 입맞춤을 해주고 서둘러 출근을 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꾸역꾸역 먹이고 옷을 입힌 다음 어린이집으로 나섰다. 지난주에는 한파가 몰아쳤다는데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다행히 날씨가 포근 해 져 있었다. 나는 어린이집 등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바닥에 흘린 밥풀을 주워 담았다. 그리고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이 군데군데 남긴 생선 살들은 손으로 발라 먹었다. 밥상을 정리하니 싱크대에는 금세 설거지 거리가 한 가득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마치니 벌써 시계는 오전 1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나는 흐트러진 침대를 정리하고, 아이들이 놀다가 아무 데나 던져둔 장난감들을 하나씩 주어 담았다. 진공청소기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물걸레도 꽉 짜서 집안 구석구석을 닦았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맨발로 집안을 돌아다닐 때 발 밑에 뭔가 밟히는 느낌이 싫다. 아내 것인지 딸의 것인지 모를 머리카락도 모두 쓰레기 통에 주워 담자, 슬슬 배가 고파졌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12시가 지나자 뭔가를 입에 넣고 싶어 졌다. 냉장고 문을 열어 몇 주 전 사다 놓은 마가린과 간장에 밥을 비벼 먹었다. 마가린에 밥 비벼 먹는 것은 아내가 싫어하는 레시피라 점심때 나만 먹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조금 두꺼운 책인데, 그동안 사놓고 읽을 엄두를 못 내다가 요즘 들어 조금씩 읽고 있는 책이다. 한 시간쯤 읽었을까?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낮잠을 잘까?'

'아니면 나가서 저녁에 먹을 장이나 볼까?'

냉장고를 다시 열어보니 마땅히 먹을 게 없어 보였다. 장을 보고 나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시간이 얼추 될 거 같았다. 오늘 저녁에 먹을 삼겹살 한 근과 상추 그리고 내일 아침에 구워 먹을 삼치 한 마리를 사들고 어린이 집으로 향했다.


"아빠 ~~~~!"

둘째 아들이 나에게 달려와 안긴다. 나는 둘째 아이를 번쩍 들어 한 바퀴를 돈 후 침이 얼굴에 흥건 해 질 때까지 찐한 뽀뽀를 해 준다. 다행히 아들은 뽀뽀를 피하지 않았다.


"아~~ 빠~~~!"

첫 째 딸도 달려와 안긴다. 딸아이에게는 미안했지만, 빼빼 마른 둘째 아이와 달리 첫 째 딸을 들다가는 허리가 삐끗할 수도 있어 차마 번쩍 들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달려오는 딸을 세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뽀뽀도 잊지 않고 해 주었다. 어차피 아이들이 크면 뽀뽀도 마음대로 못하는데 지금이라도 충분히 아이들과 스킨십을 하고 싶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날씨가 제법 괜찮았다. 햇살은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고, 바람은 세게 불지 않았다. 우리는 집으로 가는 대신 근처 놀이터로 향했다. 아이들과 함께 미끄럼틀, 시소, 그네를 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였다.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있어 갑갑했을 텐데, 이렇게 한 시간이라도 바깥공기를 마시며 마음껏 뛰 놀 수 있게 해 줄 수 있어 마음이 뿌듯했다. 특히 둘째 아들은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쉽게 짜증을 내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었는데, 최근에 같이 자주 놀다 보니 찡얼거리는 날보다 까르르 웃는 날이 더 많아져서 더 보람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하고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자 아내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작은 식탁에 둘러앉아 천천히 저녁 식사를 즐겼다. 식사를 마쳤지만 아내는 설거지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행히 나에게는 식기세척기라는 좋은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나의 시간을 벌어준다. 덕분에 나는 설거지를 하는데 쏟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수 있었다. 아내는 직장에서 돌아와 피곤할 텐데도 아이들과 함께 퍼즐을 맞추거나 트램펄린 위로 올라가 신나게 뛰어 논다. 육아 휴직을 하고 나서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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