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를 불행하게 하는 일은 그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에는 '소마'라는 약이 등장한다. 미래 세계에서는 이 '소마 1그램'을 복용하면 모든 걱정이 사라진다. 부작용도 없다. 우울감이 들거나 마음 어딘가 불편함이 있을 때 이 소마만 먹으면 모든 부정적인 감정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600년 후의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현대에 사는 우리도 이 소마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소마를 오늘날의 말로 바꾸면 행복이 아닐까 한다. 다만 약의 형태로 된 것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불안, 걱정, 분노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기쁨, 설레임, 감동 등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길 바라는 것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복이 항상 우리 마음에 가득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타클로스에게서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 이상형의 연인과 첫 키스를 할 때의 설레임, 오랜 기간 준비했던 시험에서 합격했을 때의 격한 감동 등은 일상에서 자주 반복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 예로 많은 신혼부부들이 결혼 후 연예의 감정이 다시 들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아직도 사랑하는 건가 고민하며 사랑에 그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런 가슴 뛰는 사랑을 계속 유지한다면 인간의 심장이 남아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그러한 설레임을 안고 매일을 살아간다면, 과연 일상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신이 우리에게 설레임과 권태를 준 데는 다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행복, 여전히 나에게는 형이상학적 개념이다.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고, 그래서 아직은 구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단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행복해 지기 위해 행복에 관한 수많은 책을 읽었고, 많은 사람들의 강연과 조언을 들었지만 여전히 행복은 저기 어디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행복을 조금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문장으로 설명해 보기로. 행복을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그 막연한 감정이 언제 느껴지는지 상황은 설명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서이다. 그래서 한 번 적어 보았다.
나에게 행복이란?
뜨거운 한 여름 나무 아래에서의 피부로 전해지는 선선한 느낌
인생의 고민에 대한 명료한 해석이 담긴 책을 만난 후의 느낌
육아 휴직 후 나를 안아 주었던 아내의 포근함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아이의 순진무구함
가슴 따뜻한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정
누군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문제 해결이 된 경험
회사에서 실적에 대한 압박 없이 걱정 없는 상황
땀 날정도로 달리고 난 후 머리가 열리는 듯한 개운함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깊이 있는 대화
혀를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감정
호텔 수영장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가질 때의 여유로움
10분 정도 조용히 명상한 후의 마음
원하는 일이 성취를 이루었을 때의 마음
내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음악을 들을 때의 감성
늦은 저녁 가는 비가 내린 후, 저 멀리 매미 소리가 울리고, 명료한 달빛이 나를 비출 때의 상황
아무도 없는 장소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순간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숲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잔잔한 호수를 바라볼 때의 마음
캠핑장에서 모닥불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즐거움
아침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과 간단한 운동을 마친 후의 느낌
회사에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일할 때의 여유로움
여유롭게 출근해서 아침에 차 한 잔을 내리고 컴퓨터를 켤 때의 마음
일을 시작하기 전 인터넷 서핑을 하며 정보 검색할 때의 여유로움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의 시간들
흥미로운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미팅 시간
발표를 잘 마치고 박수받을 때의 마음
누군가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상황
그 날 하루 계획된 일을 다 했을 때의 뿌듯함
신선한 샐러드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을 때의 마음
이 정도면 '소마'는 필요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