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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Oct 08. 2020

두려움에 대하여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

 최근 초등학생 딸아이와 놀이동산에 갔다. 회전목마 등 몇 가지 시시한 놀이기구를 경험한 후, 그곳에서 가장 무섭다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했다. 살면서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타 보았다. 매번 롤러코스터 의자에 앉을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혹시 하강할 때 갑자기 안전벨트가 풀리지는 않을까 두려움이다. 다행히 그런 적은 아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롤러코스터 탑승 의자에 앉을 때면 매번 떨어져 죽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하곤 한다.   


 인생을 살면서도 두려움은 항상 나를 따라다닌다. 시험을 망치는 불안감. 채용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사회에서 낙오할 것 같은 불안감.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할 것 같은 불안감. 사기를 당할 것 같은 불안감 등 불안감의 종류만 나열해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가끔 이런 두려움만으로 나 스스로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 지금 다니는 회사의 재정 상태가 위태하다. 그러나 마땅히 이직할 곳도 없다. 회사는 점점 침몰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회사에서 통지서가 날아온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 3달. 그 사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주택 대출 이자, 보험료, 통신비, 학원비 등 매달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적지 않다. 나이도 많아 불러주는 곳도 없다. -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점점 우울해진다.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에는 거친 파도가 치고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의 파도에 허우적거리며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은 준비를 하라는 감각이 주는 신호다. 아마도 구석기시대부터 발달했을 감정일 것이다. 저 멀리 티라노 사우루스의 괴성이 들리면 굴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세상이 점차 빨리 변하고 있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3단계가 완성이 되면, 그동안 업무 Transformation을 하지 않은 상당 수의 직장인들은 직업을 잃을 것이다. 회사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고연봉의 정규직 직원들을 하나씩 정리할 것이다. 특히 정보, 통신,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 산업이 아닌 대부분의 기존 산업에서는 정리 해고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나름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바로 준비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시간 및 역량 등 내게 주어진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어느 곳에 내 자원을 투자하는지에 따라 회수율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의 근원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기우인지? 정말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지? 준비를 해야 한다면,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내가 가진 자원으로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5년 후 10년 후 그 준비가 유용할 지에 대해서도. 


  내 경우 두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3가지를 하고 있다. 첫째는 운동. 정신력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믿고, 체력을 다지려고 한다. 특히 타바타 운동과 숨이 가쁠 정도의 달리기는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둘 째는 명상. 체력이 갖춰졌다면 그다음에 정신력을 보강해야 한다. 명상은 현재의 나의 위치를 알게 해 준다. 또한 내 머리 위로 독수리 한 마리를 띄어 저 멀리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예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은 신문 읽기다. 신문은 디지털에 비해 낡은 매체다. 그러나 여전히 리더(leader)들은 신문을 읽는 다고 한다. 신문은 천 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으로 나름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다만, 특정 정치성향과 의도를 갖고 쓴 글은 배제하고 읽는다. 


 나는 지금 이 글을 강원도 고성의 한 카페에서 쓰고 있다. 나이가 들어 언젠가는 평화로운 이 곳의 풍경처럼 두려움은 내려놓고 평온한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길 꿈꾼다. 


      



-  에세이를 쓰려고 했는데, 전문서적에 실릴만한 글도 아닌 애매한 글이 되어 버렸다. -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회사 내에서 발생하는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주는 소프트웨어. 1단계에서는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준다. 3단계에 이르면 데이터 분석 업무까지 자동화가 가능하다. 아직은 대체로 1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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