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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Apr 10. 2021

선택에 관하여

방향성보단 실수와 시간의 문제

 살다 보면 선택과 마주할 일이 참 많다.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멈추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이런 생각은 진지하게 인생을 살았던 누구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아마 정답은 없을 것이다. 누구의 말대로 어떤 길을 가든 자신이 선택한 길을 옳게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몇 년간 계속해온 공무원 시험 준비를 좀 더 해야 하나? 계약직에서 정규직 전환이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좀 더 이 회사에 붙어 있어야 하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이 사업을 좀 더 이어가야 하나? 그 '좀 더'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선택한 길을 계속 가는 이유 중 하나는 '매몰 비용(sunk cost)'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내가 투자 한 돈이 얼마인데? 지금까지 내가 들인 시간이 얼마인데? 내가 들인 노력이 얼마인데? 이렇듯 매몰 비용은 지금까지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내가 들인 돈, 시간, 노력 모두를 뜻한다. 조금만 더 파면 바로 밑에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지금 멈추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 실패한 사람들은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중도에 포기해서라는 데, 여기서 멈출 수 없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에스컬레이터 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중간에 내리기 어렵고 끝 지점까지 계속 가야 해서이다. 


 최근 신문 기사를 읽다 보니 롯데와 신세계 그룹 문화를 비교한 내용이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롯데는 한 번 결정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반면에 신세계는 해 보고 안 되면 사업을 접고 다른 일을 찾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신세계에서 런칭한 삐에로 쇼핑, 부츠 등 초기에 시끌벅쩍하게 시작했던 사업도 성과가 보이지 않자 어느 센가 안 보이는가 보다. 어느 기업 문화가 정답인지는 알지 못한다. 이 세상은 돈을 벌면 성공이고, 돈을 벌지 못하면 실패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아직 두 기업 간 우열을 뚜렷하게 가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예전에 시나리오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 내용 중에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실수'에 관한 부분이었다. 시나리오 중 어떤 등장인물을 파멸로 이끌고 싶다면 작은 실수를 연속해서 하도록 글을 쓰라는 부분이었다. 실수로 문자를 잘못 보내 오해를 일으키고, 그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또 다른 실수로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것. 평소에 하지 않는 작은 실수와 판단으로 자신이 다스리는 군부대를 궤멸에 이르게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어쩌면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 보다 그 선택의 과정에서 그리고 선택한 것을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들을 조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살면서 다양한 선택과 마주했던 것 같다. 특히 직업과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했었고, 그 과정에서 잦은 실수와 판단 착오가 있었다. 나의 적성과 업의 본질을 보기보다는 지금 있는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과 새 회사에서 제시하는 연봉과 직급 등 외적인 것에 마음이 쏠려 판단한 적이 있었다. 내가 한 판단을 합리화하는 확증편향에 빠져 주위 조언은 잘 듣지 않았다. 앞으로도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예언가(fortune teller)처럼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선택 후 만족도 있겠지만 때로는 후회도 따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피하고 싶어 했던 나이 듦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겼던 그간의 경험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는데 조금씩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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