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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ul 30. 2021

지치는 일상에 관하여

원래 변화는 느리게 찾아온다. 원래 그러하다.

   그리스 신화에 시시포스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신들의 분노를 사 영원한 형벌에 처해졌다. 산 밑에 있는 돌을 산 정상까지 끌어올리는 벌을 받았는데, 그 돌이 정상에 다다르면 다시 산 밑으로 떨어지고 다시 그 돌을 산 정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무한 반복의 벌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회사에서 미팅을 하면서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뭔가 시시포스의 벌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일의 진척도 느리고 성과도 잘 나지 않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많이 지친다. 인내심이 한계에 이를 때도 있고, 그러다 보면 속에 있는 말도 나오게 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후회도 남는다.


 지인 중에 초등학교 교사가 있다. 하루는 그 분과 산책을 하며 이런 나의 고민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언제까지 이런 비효율을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내 전달 방법이 잘못된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그분은 내게 말해 주었다. 회사와 학교가 상황은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나름의 인내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고.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 거 같아도 콩나물시루에 물 붓는 것처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를 효과를 볼 거라고 말이다.


  흔히 콩나물시루에 물 붓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견주어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콩나물시루에 물 붓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자라 있는 콩나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매 순간 고민이 되는 부분이고 선뜻 그렇다고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알지 못해도, 그리고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다가도 불현듯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자연의 흐름이고 삶의 이치가 아닐까 싶다.


 2021년 7월 한 달도 조금씩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 반년 간 삶을 되돌아볼 때 아직 무엇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계속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지라도 우리의 삶은 조금씩 진보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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