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투정

by 노용기

아기를 가졌을 때 처음 들었던 생소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잠투정'이라는 말이다.

아기가 울고 있을 때 배고파서 우나 해서 젖꼭지를 물려도 안 먹고,

기저귀에 똥을 싸서 그런가 해서 바지를 벗겨봐도 깨끗할 때,

옆에서 아내가 한마디 했다.

"잠투정하네."


요즘도 아이는 저녁이 되면 잠투정을 한다.

피곤하면, 졸리면, 그냥 눈 감고 자면 되지 왜 잠투정을 하며 나를 힘들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잠투정까지 다 받아주고 나서야 아이가 잠이 드는 것을.

잠투정할 때는 세포 하나까지도 예민해져서 계속 칭얼대는 아이가

자고 일어나면 원래처럼 천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잠투정은 아이에게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씩 예민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떨 때는 순한 양 같다가 또 어떨 때는 예민한 개처럼 짖어댄다.


사실, 나도 그렇다.

생각해보면 그게 다 잠투정인 거 같다.

스트레스와 피로는 계속 쌓여만 가는데 잠을 자지 못해서 예민해지는 잠투정 말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아무 때나 자면 되고, 밖에서는 유모차에서 또는 포대기 안에서 자면 되는데,

어른들은 그러지 못하니 잠투정이 아이들보다 때론 더 심한 것이다.


육아휴직 5개월째,

아내가 나에게 많이 순해졌다고 한다.

전에는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쳐 있었는데 지금은 원래의 순한 모습으로 돌아왔단다.

난 그동안 내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힘들었는데, 그게 아니라 잠시 잠투정을 했나 보다.

역시 잠투정에는 자는 게 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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