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어린이집 안 가고 싶어요."
첫째 딸아이가 아침부터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나와 같이 있고 싶다고 한다. 조금은 고민이 되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데이트 코스를 생각해 낸다.
그 아내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데이트 코스를 짰던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
봄의 적, 미세먼지를 뚫고 집을 나선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를 산책한다.
출근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향하는 사람들과 나는 정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다.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며 힘들어할 때쯤, 데이트 코스대로 동네 도서관에 도착한다.
어린이 책방에 들어가 아이에게 읽어 줄 책을 하나씩 고른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줄 한 줄 책을 읽어준다.
한 시간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아이가 원하는 책을 하나 빌려 도서관을 나온다.
다시,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
따스한 햇살이 고개를 들어 우리를 비춘다.
두 번째 데이트 코스인 스타벅스로 향한다.
카페인이 없는 요거트 망고 음료 하나와 아이가 고른 다크 초콜릿 가나슈 케이크 하나를 산다.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아 달콤한 음료와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다.
오후 12시 종이 울린다.
12시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는 시간이다.
역시나 아이는 졸린 듯 약간의 떼를 쓰고 짜증을 부린다.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한다.
양치질을 하고 자리에 누워 아이에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한 권을 읽어 준다.
그리고 아이에게 팔베개를 하고 함께 잠이 든다.
오후 3시,
몸의 피로감이 가실 때쯤 저절로 눈이 떠졌다.
옆에 누운 아이를 살며시 바라보고, 조용히 거실로 나온다.
어제 사다 놓은 스파게티 면을 삶는다.
그사이 파프리카, 감자, 소시지 등을 썰어 올리브 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볶는다.
스파게티 면과 야채 그리고 소스를 넣고 볶은 다음 모짜렐라 치즈를 그 위에 얻는다.
전자레인지에서 모짜렐라 치즈가 녹고 있을 때쯤 아이아 방문을 열고 눈을 비비며 나온다.
"아빠 배고파요~."
때마침 완성된 스파게티를 아이와 함께 나누어 먹는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항상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행복한 하루를 보내지만, 예고 없이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은 나의 마음을 사정없이 괴롭힌다.
나는 오늘 도서관에서 스타벅스에서 그리고 집에서 아이의 환한 미소를 보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그 순간을 즐기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순간 나의 근심도 눈 녹듯 사라졌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아이 덕분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잠시 내려 놓고 지금 나에게 있는 행복을 붙잡을 수 있었다.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영어로는 Seize the day 또는 Pluck the day)'로 번역되는 라틴어(語)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자주 이 말을 외치면서 더욱 유명해진 용어로, 영화에서는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
키팅 선생은 영화에서 이 말을 통해 미래(대학입시, 좋은 직장)라는 미명 하에 현재의 삶(학창 시절)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주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