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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텔 Jul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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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고 울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울음이 터질 것 같거나 목이 메여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순간은 예고없이 들이닥친다. 때와 장소도 가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덜 잠긴 수도꼭지의 마음으로 아슬아슬함과 함께 지낸다. 이럴 때마다 항상 하는 생각인데, 어린이들이 부럽다. 어린이의 가장 큰 특권은 언제나 어디서나 거리낌없이 소리내어 울 수 있으니까. 모두가 조용해야 하는 장소에서도 어린이가 떼를 쓰면 한 번 정도는 다들 넘어가주니까.

나이를 먹는 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각만큼 대단한 무언가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귀찮은 점이 많아진다는 것을 어린날에 알았다면. 특권이란 언제나 손에 쥐어져 있을 때는 잘 모른다. 놓치고 나서야 눈에 보이고 아쉽다. 


집, 회사, 대중교통을 막론하고 덜 잠긴 수도꼭지가 왈칵 터지겠구나 싶은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고작해야 소리를 죽이거나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는 것 말고는 없다. 집에서조차 마음 편히 울 수 없다는 게 내가 가진 수많은 비극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역시, 어린이들이 부럽다. 

카페에 앉아 백색소음을 배경음악처럼 여기며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데 유아차에 앉은 아기나 보호자와 함께 있는 유소아들이 간혹 제 분을 못이기고 으앙 울어버리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 공공장소에서 울리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마뜩찮아 하던 때도 분명 있었다. 그게 또 하나의 혐오였다는 걸 몰랐던 때의 일이다. 요즘은 아무렇지 않은데다가 되려 부럽기까지 하다. 달래느라 진 빼는 보호자는 안타깝지만...

아이야, 울 수 있을 때 실컷 울어두렴. 그걸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될 테고 그럼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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