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대 위(맞다, 독서대를 독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연노랑 ‘포스트-잇 노트’ 뒤에 또 다른 ‘₩1,000’이 보인다. 그건 라인 점착메모지. 지난주에 다이소에서 사 온 문구들이다. 이 문구들 외에 ‘3M 스카치 다용도테이프 리필 2입’과 ‘에어프라이어 종이호일 35매입’도 같이 구입했다.
다이소 어플 전자영수증을 보니 최근 이용내역이 쭉 뜬다. 1월 18일, 1월 13일, 12월 27일, 12월 25일, 12월 20일(이날은 두 번), 12월 17일…. 일주일에 두 번 간 적도 있으니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가는 꼴이다. 본가 식구들도 내 번호로 적립을 하는데 그들도 자주 가는 모양이다. 1월 20일, 1월 14일, 1월 5일, 1월 2일….(헐 뭐야, 이 집은 나보다 더 꾸준히 다니잖아!)
작년 8월 이사를 왔을 때 다이소에 정말 많이 다녔다. 주로 청소용품, 주방용품, 정리함 등을 샀다. 그때는 금액도 컸다. 많으면 한 번에 3만 원대를 쓰기도 했다. 남편도 따로 가 물건을 사 왔으니 현재 우리 집에는 많은 다이소 물건들이 있을 거다.
만족하며 쓰고 있는 물건도 많지만 내구성이 약하거나 기능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아 사용하게 되는 것들도 많다. 경험적으로 그걸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도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최근 산 ‘라인 점착메모지’가 또 그랬다. 예전에 다이소에서 흔히 ‘포스트잇’이라고 불리는 메모지를 샀다. 살굿빛 색깔이 예뻐 샀는데 종이가 조금 두껍고 메모지를 떼서 붙이면 뒷면 끈끈이 부분 경계가 눈에 띄게 보여 마음에 영 들지가 않았는데 이번에 산 메모지도 그런 식이다. 하지만 천 원이라는 이유로 반품은 굳이 하지 않게 된다.
3M, 붙이는 만큼 이루어지는 거 맞지? 내 한번 믿어 보겠어!
물가가 올라 천 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 천 원에 네 마리 붕어빵을 찾기가 힘들다. 한 마리에 오백 원, 비싼 곳은 칠백 원도 한다. 서울 시내 번화가도 아닌데 말이다. 천 원짜리 김밥이 사라졌을 때도 큰 충격이었는데 이제는 천 원으로 붕어빵 하나 사 먹으면 끝이다.
작년 2월 한 달 동안 메일링을 신청해 누군가의 일기를 받아 본 적이 있다. 주말과 휴일 빼고 16회를 받았는데 가격은 만 원이었다. 2월은 일수가 짧으니까 보통 달로 계산을 하면 한 달 평일은 20일 내외. 만 원에 20회를 받으면 글 두 편에 천 원 꼴이 된다. 글 한 편 쓰는데 몇 시간이 걸릴지 생각해 본다. 주제나 소재를 정하고 줄줄이 써지는 날에도 퇴고까지 하려면 못해도 두 시간이 걸리고, 안 써지는 날에는 세 시간, 네 시간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면 천 원어치 글을 쓰는 셈이 된다. 글쓰기는 역시 경제적 비용만 따지자면 할 짓이 되지 못한다. 작가 정지우는 글쓰기를 “근본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여러 일들, 특히 사업이나 금융계의 일과는 크게 대비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글쓰기의 영역에 들어선 사람은 잠시 현실이 맞췄다고 느낀다. 나를 휩쓸어가던 현실로부터 살짝 벗어나고, 현실을 잠시 잊고, 삶에서 누락됐던 어떤 측면에 몰입하게 된다”고.
하지만 수많은 작가들이 하는 말처럼 써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수다를 떨어야 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글을 써야 사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사람에게는 말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데 격하게 동의한다.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잊을까 봐 노트북에 ‘포스트-잇’에 써 붙여 놓기도 했다. ‘가볍고 싶어서, 내 인생을 소화하고 싶어서, 마침내 자유롭고 싶어서.’ 그래서 내 속이 후련해지고 가벼워질 때까지 나는 계속 쓰고 싶다.
‘붙이는 만큼 이루어진다!’
‘3M 포스트-잇 노트’ 비닐 안 포장 종이에 쓰여 있는 문구다. 같은 천 원짜리 점착식 노트인데 브랜드 값을 하는 건가 싶다. 역시 브랜드는 메시지를 담을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