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그런 날이 있다.
눈을 뜰 때부터 예민이 폭발하는 날.
아이들이 놀면서 낼 수 있는 잡다한 소리들.
싸우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웃기도 하고.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의 소리들.
그러한 소리들이 날붙이가 되어 뇌 속을 난도질하며
눈을 뜨면 예민함이 이성을 잠식해버려,
잠자던 악마가 하루를 지배하는 날.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배가 고파서, 동생 보는 것이 버거워서 깨웠을 것이다.
엄마 지금 몇시야. 하며 알람 시계를 자청하던 1호는
잠자던 악마와 마주하고는 서글픔만을 안고 문을 닫았다.
쉿! 엄마가 조금만 더 시간을 달래.
엄마, 무서움 모드니까 우리 조용히 해야 해.
아이들끼리 속닥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의 무서움 모드.
코드 블루. Code - Blue.
건드리면 큰일 난다.
아이들에게는 지금이 응급 상황이었다.
이미 난도질 당한 머리를 부여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색안경을 뒤집어 쓴 채, 주변을 살피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문을 열고 나서는 그 순간부터
잠에서 깬 악마는 활동을 시작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아이들은, 후다닥- 쇼파에 나란히 앉았다.
1호와 2호 사이에 어리둥절해 있던 3호는 "엄마-" 를 외치며, 팔을 벌리면서 다가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온 아이를 토닥였다.
엉망인 거실 상태와, 꼬질꼬질한 아이들의 모습에 일순간, 미간이 좁혀졌다.
짜증 내지 말자. 그러게 누가 늦게 일어나래?
자신에게 속삭였다.
내 몫을 아이들이 대신 해주었음에도, 불평을 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까.
아이들은 내 눈이 닿는 곳들을 따라 쳐다보며 눈치를 보았다.
그 장면이 너무도 아픈, 질책의 화살로 돌아왔다.
중얼 중얼, 투덜 투덜 입가에서 혼잣말이 벗어나지를 않았다.
버젓이 모두에게 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밴댕이처럼 콩알만한 아집으로 중얼거렸다.
뇌는 채찍질을 맞으며 STOP!!!을 외쳐댔지만,
눈을 떠버린 심연의 악마는 킥킥킥- 비웃으며 못된 말들을 엮어대었다.
쿵쾅, 쿠당탕, 휴우-, 하아-.
어쩜 이리도 미련한 연주일까.
시간 지나면 돌아올 이성에게 한 없이 혼이 날 짓들이었다.
물을 틀어 흘려보내자.
설거지를 하며 씻어보내자.
눈을 떠버린 악마를, 다시금 재워야만 한다.
씻고, 또 씻고, 꺼내어서 씻어댔다. 손가락이 불어가고 마디가 아려왔다.
얼마만큼 덜어졌을까? 아니, 아직도 얼룩이 그득하다.
다시 씻고, 다시 꺼내고 다시 불고, 다시 아리고.
얼마만큼 덜어졌을까? 아니, 아직도 내눈엔 그대로다.
"엄마..."
"응?"
아이의 부름에 흠칫하며 고개를 돌린다.
1호가 쳐다보며 옷깃을 잡았다.
"엄마... 우동이 먹고 싶어요."
...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
"뭘 넣어 줄까? 어묵? 고기?"
차분한 대답이 들리자 아이들 얼굴에 생기가 돈다.
누구는 어묵, 누구는 고기.
야! 엄마 힘들어. 하나만 골라!
히잉- 그래도 먹고 싶은걸...
둘 다 해줄테니까 그만들 해. 엄마, 하나도 안 힘들어.
야호! 앗싸! 엄마 최고!
방방 뛰고, 엉덩이를 흔들고, 흥얼거린다. 멋 모르는 3호는 그저 즐긴다.
에휴... 너희 덕분에 오늘도 살아간다.
잠자는 악마는 한낱 어둠일 뿐.
너희의 빛이, 나를 살린다.
못난 엄마라 미안해 아가들.
사과의 우동을... 받아 주겠니?